기억상실

몸은 기억한다!

by 김하록

# 10. 해리성 기억상실

[주차하고 각자 차에서 내리는 소리]

[딸랑거리는 풍경소리]

주인장: 어서 오세요.

장태곤: 여기 장어탕 두 개 주세요.

주인장: 네, 알겠습니다. 여기 장어탕 두 개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어탕]

유진성: 이야! 맛있겠다.

장태곤: 니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잖아? 장어구이처럼 비싸지도 않고, 푸짐하게 먹어도 9천원이면 떡을 치니 말이야.

유진성: 그 상스럽게 떡을 치다가 뭐야?

장태곤: 어 이상해! 너 그런 거 안 가리잖아? 어젯밤에 충격받더니 갑자기 고상해졌어? 일단 먹자.

[맛있게 장어탕을 먹는 두 사람]

유진성: 태곤아! 너 나에 대해서 아는 대로 이야기해봐. 내 마누라와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도 내가 너한테 다 해주디?

장태곤: 그걸 말이라고 해? 너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다 알지. 너 결혼식 때 내가 사회 본건 아니? 너 나랑 군대 동기인 건 기억하는 거야? 같이 북한에 침투한 건 기억나?

유진성: ‘아이 당연하지’라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어떡하지? 나 아무래도 뇌가 곤죽이 된 것 같아.

장태곤: 야 그거 말로만 듣던 해리성 기억상실 아냐? 너 쉬는 동안 반드시 병원 한 번 가봐.

유진성: 알았어. 그나저나 나에 대해서 내 마누라에 대해서 아는 대로 이야기 좀 해줘. 기억회복에 도움이 될 거야. 특히 내 행동 패턴이나 습관 같은 거 말이야. 오늘 집에 가서 마누라한테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서 그래.

장태곤: 그래 알았으니까, 일단 먹자.

[장어탕을 먹으면서 유진성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태곤]

장태곤: 재수씨는 전희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오래 가져가는 편이고, 여성 상위를 좋아하는데, 마지막은 항상 네가 주도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어.

유진성: 여성 상위? 그런 말까지 했어?

장태곤: 그것보다 더한 말도 했지. 네가 항상 첫 판이 조금 아쉽다고 했어. 두 번째는 또 너무 오래해서 문제라고 했고. 그러니까 두 번 힘들게 할 게 아니라 처음에 최대한 만족시켜주면 좋겠다고.

유진성: 진짜 속에 있는 말은 다 털어놓았네.

장태곤: 나도 그랬으니 쌤쌤이지 뭐?

유진성: 우리 애들은 어떻대?

장태곤: 뭐 큰 놈은 머리가 좋고 똑똑한데 좀 눈치가 없고 많이 먹는데도 마른 편이고, 둘째는 다부진 체격에 듬직하니 보기만 해도 믿음이 간다고 했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유진성]

장태곤: 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유진성: 그래, 고맙다. 니가 진짜 내 친구다.

장태곤: 야 그걸 말이라고 해? 북한에 침투해서 생사를 같이 넘나들었는데.

유진성: 아니. 그게 아니고, 난 내가 이렇게 될지 몰랐는데, 네 덕에 조금 편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장태곤: 그렇다면 다행이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마지막까지 내 편이 되어줄 사람 아니냐?

유진성: 그래. 이 은혜는 언제고 두 배로 갚아줄게.

장태곤: 우리 사이에 무슨 은혜 타령이야? 자 배불리 먹었으면 몸 좀 풀로 가볼까?

# 11. 몸은 기억한다.

[각자 차량의 시동 거는 소리]

[후진해서 방향 전환할 때 나는 타이어 마찰음]

[주짓수 도장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도장으로 들어서는 유진성과 장태곤]


장태곤: 우리가 제일 먼저 온 모양인데, 몸 좀 풀고 있자.

유진성: 도복부터 갈아입고. 여기에 대해서도 좀 읊어줘.

장태곤: 알겠습니다. 누구 부탁인데.


[주짓수 체육관 코치와 멤버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태곤]

[검정색과 파란색 주짓수 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와서 몸을 푸는 유진성과 장태곤]

[문이 열리며 나는 풍경소리]


문준병: 안녕하십니까?

장태곤: 어 문형! 어서 와요.

유진성: 어서 와.

서유철: 안녕하십니까?

유진성: 어 서형! 어서 와.

장태곤: 서형?

유진성: 왜? 문제 있어?

장태곤: 저기 비슷한 업계에 있는 소방대원에게만 우리가 문형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그냥 이름을 부르잖아.

유진성: 그냥 다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른 거야. 뭐 어색해?

서유철: 내내 이름을 부르시다가 서형이라고 하니까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

유진성: 그래. 그럼 하던 대로 하지 뭐.

장태곤: 유철이 지난 주말에 시합 가서 블루벨트 우승했다며.

서유철: 아이 뭐 별로 센 사람이 없더라구요.

문준병: 유철이 형이 잘해서 그런 거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하록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과 생존의 문제에서 갈등과 고뇌를 자양분 삼아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 김하록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11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0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2화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