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 어머니!
아이린의 방에서 약 1시간 뒤에 두 사람이 나오자 아이린의 부모인 빈센트와 셀린느는 민망해서 연신 헛기침만 해댔고, 순진무구한 펄은 알면서도 모른 척 했지만 자신에게도 질투의 감정이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철진도 민망한지 서둘러서 인사를 하고는 이도의 돌 잔치가 시작하기 전에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하고는 아이린과 그녀의 부모님이 보는 곳에서 바로 하늘로 솟구쳐 하나의 점으로 사라졌다.
"아! 안본 사이에 저분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서 신이 되셨구나!"
"여보! 저 사람이 우리 사위 맞지요?"
"그래, 맞아. 이렇게 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군!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아이린이 그렇게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하길래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 궁금했었는데, 오히려 아이린의 칭찬이 한참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
[부산 유소정의 집]
철진과 펄은 송도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A동 옥상에 착륙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소정이 거하는 57층으로 내려갔다. 띵동띵동!
"누구세요?"
"어머니! 저에요. 저 철진입니다."
새벽에 울린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깬 유소정이 잠긴 목소리로 물어보자 철진이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문이 벌컥 열리며 울음보를 터트리려는 소정을 철진이 집게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소정을 진정시켰다. 주변에 소리가 새나가지 않게 기벽을 세웠지만 그래도 몰라서 소정에게 주의를 주었던 것이었다. 철진과 펄이 방안으로 들어서서 거실에 앉자 그제서야 소정은 마음껏 눈물을 흘리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철진아! 내 아들아! 정말로 살아있었구나!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렇게 살아줘서. 어미는 너를 믿었다. 내 아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스러질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말이다."
말을 하면서도 소정은 철진의 얼굴을 살피고 또 껴안고를 반복하면서 껴안은 손을 풀지 않고 아이를 대하듯 계속해서 그의 등을 토닥였다. 철진은 소정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계속해서 소정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어머니! 여기 어머니의 며느리 펄이에요."
"아 참! 내 정신 좀 봐. 며느리가 왔는데 인사도 건네지 않고...미안하다 아가! 내가 철진이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정신이 없었구나."
"아니에요. 어머님!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펄은 철진과 함께 한국식으로 소정 앞에 큰 절을 올렸다. 그런 둘의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면서 소정은 펄의 손을 꼭 잡고 철진을 살려준 고마움을 표현했다.
"아가! 우리 철진을 살려줘서 정말 고맙구나. 네가 우리 집안의 대를 이어가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아니에요, 어머님! 저야말로 이 사람으로 인해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어요. 더 넓은 세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해요."
"어찌 이리 마음씨도 고운고? 참 곱구나. 참으로 고와!"
소정이 펄의 얼굴을 쓰다듬자, 펄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발개졌다.
"어머님! 안전을 위해서 다른 나라로 모셔가려고 하는데 어머님 마음은 어떠신지 알고 싶어요."
철진이 물어보자 소정은 대답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너를 번거롭게 만들고 싶진 않구나."
"번거롭나니요? 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 오래 오래 사셔서 아버지의 유언대로 바다에 모래알같이 밤하늘에 별과 같이 많은 손주들을 보셔야지요."
"그래, 아들아! 그래야지. 그런데,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네, 어머님! 잠시만요."
철진은 기를 널리 퍼트려서 혹시라도 집안에 도청기 같은 게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보고는 몇 개를 찾아서 눈빛으로 간단히 제거했다.
"됐어요. 어머님!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둘째 며느리 아이린의 집으로 옮길 생각이에요. 때마침 아이린에게서 태어난 제 아들 이도의 돌잔치가 오늘 있을 예정이에요."
"오 그래? 그렇다면 이 할미가 가서 축하해줘야지. 지난번 너랑 통화한 후에 내가 금반지와 금 두꺼비를 주문해 놓은 게 있어. 그걸 가지고 가야겠다."
소정이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해둔 금반지와 금 두꺼비를 가지러 가자, 철진은 금이라면 차고 넘치는 줄 알면서도 소정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냥 내버려뒀다.
"아가! 서운해 하지 말 거라. 네 아들 것도 같이 준비해뒀단다."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 부산 공항에서 필리핀 행 비행기는 저녁 늦게 있는데 어떡하니? 우리 손주 돌 잔치에 참석 못하는 거 아니냐?"
"어머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머님을 모시고 날아서 갈 거에요."
"애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 애미가 나이를 먹었어도 그런 말도 안되는 걸 믿을 만큼 순진하지는 않아."
"어머님! 믿기 어렵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 아들을 믿고 떠날 준비를 해주세요. 가장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으셔야 해요. 그리고 조금 무거우시더라도 바람까지 막아주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셔야 합니다."
"오토바이 헬멧? 그게 이 시각에 어디서 구한단 말이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금방 구해 올게요. 다녀올 테니까 어머님은 떠날 준비를 해주세요. 여기 있는 짐들 중 버릴 것과 어머님이 가져갔으면 하는 것들로 노트에 정리해주시면 나중에 제가 싹 정리해서 옮기도록 할 게요."
말을 함과 동시에 철진은 베란다로 나가서 소정이 보는 데서 그대로 날아서 하나의 점으로 사라졌다.
"저저게 뭐다냐? 아가! 정말 내 아들이 슈퍼맨이 된 거란 말이냐?"
"네, 어머님! 슈퍼맨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보다 더한 존재가 된 것임에는 분명해요."
철진은 서면 일대에서 여자를 뒤에 태운 채 광란의 질주를 하면서 도로를 무법 천지로 만들고 있는 폭주족들의 오토바이 한 대를 잡고서 그대로 날아오르자 다른 폭주족들이 일제히 멈춰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우와! 슈퍼맨이다! 진짜로 끝내주네."
철진은 짙은 안개를 퍼트려 그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다시 오토바이를 내려놓으며 오토바이의 헬멧을 벗어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니들이 쓰고 있는 헬멧 두 개가 꼭 필요하다. 그러니 내게 팔아라."
"아이고 행님요! 돈은 됐심더. 그냥 갖다 쓰이소. 대신에 여기 하이바에 사인 하나만 해주면 안되겠심니꺼?"
철진은 씨익 웃으며 폭주족 대장의 하이바에 "통!"이라고 크게 사인을 해주었다. 사인을 받은 폭주족 대장은 무슨 가보인양 하이바를 보고 철진을 보고 하면서 감탄을 했다.
"니들 중에 유술희나 하중달과 통하는 아가 누고?"
"까마득하게 높으신 분들이라 다이렉트로는 아니지만 몇 다리 거쳐서 말씀을 전할 정도는 됩니다."
"그래? 그라모 가서 전해라. 앞으로는 오늘만 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잡으라고!"
"누구라고 전할까예?"
철진은 말 대신에 하이바를 가리키며 말했다.
"발통과 미르멜라를 말하면 알끼다. 그리고 입 단속 잘 해라고 전해라."
"네, 형님!"
철진은 짙은 안개를 퍼트려서 시야를 흐리며 한줄기 회오리바람처럼 순식간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철진은 흰여울 문화마을에 있는 탁건우의 집으로 가서 한참 단 꿈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그를 몇번 흔들어 깨우려고 했으나 반응이 없자 그를 집어 들고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어 왜 이렇게 춥지. 내가 창문을 안 닫고 잠이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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