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휴전

확실한 방법을 찾아서

by 김하록

철진과 펄은 Roast & Roll 식당을 나서서 Cristo de la Concordia가 있는 언덕으로 갔다. 황홀한 코차밤바의 야경이 보이는 정상에는 거대한 그리스도의 동상이 서있었고, 그 동상의 십자가 아래 제단 위에는 요한복음 14장 6절과 15장 12절을 보여주는 성경책이 올려져 있었다.

"뭐가 좋아서 쳐 웃는 거야? 내가 널 용서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요한복음 15장 12절에 뭐라고 써있습니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뭐 이딴 말을 보고서 내가 흔들릴 거라고 생각한 거야?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순진했다고? 참 지랄도 가지가지다. 너랑 신앙은 전혀 안 어울려. 무수한 사람들을 꼬챙이에 매달아서 죽인 놈이 그런 말이 나오냐? 잘 새겨 듣도록 해. 나는 예수처럼 순수하게 십자가에 매달릴 생각도 내 몸을 내어줄 생각도 전혀 없어. 너와 그 악마 새끼를 내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서 태우고, 독으로 고통을 준 다음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태양처럼 내 몸으로 빛을 발해서 소멸 시켜버리는 게 내가 앞으로 할 일이야. 그게! 내게 예수의 마음 대신 전신갑주를 준 이유겠지.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네게서 얻을 정보가 너를 살려둘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하는 거야. 지난번 그 인공지능 로봇 뿐만 아니라 KSR 조직의 본부와 지부를 포함한 전세계 배치 상황과 그 외 미국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단체나 추진하고 있는 모든 무기와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의심할 여지 없이 내게 전해주는 것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말이야. 아아 물론 네가 뭘 숨겨도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으니 널 당장에라도 죽일 수 있으니까 나와 밀당하려고 하지 마. 난 그거 아주 싫어하니까 말이야."


철진은 블라드 백작에게 경고를 함과 동시에 오른 손으로 블라드 백작의 가슴을 뚫어서 그의 심장을 움켜잡았다. 블라드 백작의 얼굴에 핏발이 곤두서며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고통스러운 표정이 짙게 드리우는 것을 보자 심장을 움켜쥔 손아귀의 힘을 풀고 손을 뺐다.

"로드!"

"누가 너의 로드야? 나야 아니면 그 악마야?"

"지금 제 눈앞에 있는 당신입니다. 전 이렇게 되기 전에도 크리스챤이었고, 비록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 신앙을 버린 적은 없습니다. 아까 보셨다시피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고 억지로 다시 살려진 존재가 아닙니까? 자 보십시오. 제 몸에 어떤 추적 장치가 있는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악마는 나와 연결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저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태초의 악마도 로드의 힘을 경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악의 종자들이 뱀파이어들의 소멸을 저지하고 세상의 권세를 잡은 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로드의 진격을 잠시 멈춘 것입니다."

"나의 진격을 멈추었다고? 그가? 난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았고, 이렇게 멀쩡한데?"

"로드! 지금은 만용을 부릴 때가 아닙니다. 전 이미 그 악마가 아니라 당신을 저의 로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저도 믿지 마십시오. 그건 그 악마가 제 몽에 어떤 최후의 배신을 위한 장치를 해두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좋아. 그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나의 진격을 멈추었다는 것이 무슨 말이야?"

"로드께서 지금 불안해 하시는 그것 말입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도 생긴 거야?"

"그럴리가요. 60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사소한 표정만으로도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것이지요. 로드께서 아까 그 악마를 그냥 보내드린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로드께서는 자신의 한 몸을 지킬 수는 있지만, 여왕님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안전과 심지어 여왕님의 안전도 자신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어둠을 대표하지만 그도 태초의 에너지를 지닌 불사의 존재니까요. 지금 로드와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신변이 걱정되어 불안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어떤 국가도 그 로봇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만! 됐으니까 그만 지껄여. 다시는 그 입에 내 가족을 올리지 말도록."

"네, 로드! 명심하겠습니다."

"블라드! 넌 바로 페루 리마의 수도사의 절벽으로 날아가. 우리는 몇 군데 들러서 천천히 가도록 할게. 우리보다 늦게 도착하면 죽을 줄 알아. 펄! 가자!"


철진과 펄이 오루로, 라파스, 코파카바나, 티티카카 호수, 쿠스코, 마추픽추, 아야쿠초, 우앙카요를 둘러보고 수도사의 절벽에 도착했을 무렵 블라드 백작은 그야말로 날개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날아온 지라 숨 넘어가기 직전의 창백한 표정으로 겨우 수도사의 절벽에 내려섰다.

"그렇게 느려 터져서 어따 써먹겠어? 안되겠다. 넌 이곳 리마에서 도 닦으면서 우리가 볼 일 마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로드! 제가 느린 게 아니라 로드께서 너무나 빠르신 겁니다. 거의 빛의 속도가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넌 여기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 돌아올 때까지 살아있는 사람 피 빨아 먹지 말고, 반드시 헌혈 병원을 이용해라. 알겠어?"

"네, 로드!"


철진은 자신의 혈육의 소재와 위치를 확신이 안 가는 블라드 백작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서 블라드 백작을 리마에 남겨두고 펄과 함께 리마에 정박해 있던 유람선 Jewels로 날아갔다.

"짐! 역시 집이 제일 좋아요. 유람선으로 돌아오니까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그래, 펄! 이 유람선이 펄에게는 진정한 집이야."

"반은 맞았고, 또 반은 틀렸어요. 이 유람선이 정말로 편한 것은 맞지만 제 진정한 집은 당신의 품속이에요." "음! 그렇다면..."


철진은 펄을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때 선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자 철진은 자세를 가다듬고 문을 열어주자 도균과 니미츠 선장이 들어왔다.


"형님! 형수님! 도대체 이게 얼마만 입니까? 전화기 뒀다 뭐해요. 제발 연락 좀 하고 삽시다. 연락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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