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씨앗

by 김하록


"그래서 하중달이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거야?"

"네, 형님! 죄송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재떨이로 오정일의 머리빡을 깨버렸을 텐데, 오랜 세월 감옥에서 단련이 됐는지 흘러가는 상황을 대충 이해한 듯 바로 다음 대책을 세우는데 집중했다.


"하긴 잠자리에 화염방사기를 두고 잘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게다가 기관단총이라니! 그만한 녀석들이 되니까 이 부산을 단시간에 장악해서 십 여 년 동안 완벽하게 틀어잡고 있는 거겠지. 그만하면 우리도 본때를 보여줬으니 후속 대책이나 강구해보자."

"네, 형님! 이번에도 느꼈지만, 아직 전면전은 절대적으로 저희에게 무리입니다. 살인 주식회사의 규모를 더 키워서 게릴라전으로 시도 때도 없이 저들의 핵심 멤버들을 암살해서 힘을 쭉 빼놓은 다음에 오합지졸들이 몰려서 덤비도록 유도한 다음에 막강한 화력으로 일거에 소탕해야 합니다."

"그래, 치밀하게 저들을 이 바닥에서 완전히 밀어낼 작전을 한 번 잘 짜보도록 해!"

"네, 형님!"

오정일이 마석기에게서 물러나서 차를 주차해 둔 곳에 가기 위해서 폐가들이 모여있는 곳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영도의 다세대주택 쪽을 지나갈 때였다. 12살과 8살 되어 보이는 남매가 손을 잡고 한 주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본 오정일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고, 그 남매 뒤를 따라서 들어갔다. 박민후가 현관문을 닫으려는 찰나에 커다란 손이 문 한쪽을 잡으면 강제로 열어젖혔다.

"너네 엄마 아빠는 없니?"

"있는데요. 왜 그러는 시는 거예요?"

"아! 내가 너네 엄마, 아빠한테 볼 일이 있는데 지금 안보여서 말이야."

"돈 받으러 오셨어요?"

"돈? 아 내가 빌려준 돈?"

오정일은 단번에 이들 부모가 빚을 졌고, 빚쟁이가 그 전에 찾아와서 독촉을 했을 거라 추측하면서 능청스럽게 자신이 채권자 인 것처럼 행동했다.

"네, 그 돈 받으러 오신 거냐구요?"

"아 그건 아니고. 지금 너네 엄마, 아빠 어디 갔어?"

"일 갔어요. 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돈 빌린 것도 다 갚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래 그래 알았어. 니들이 조금만 아저씨한테 협조해주면 내가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어."

"그게 뭔데요?"

"응 너는 네 방에 가서 절대로 나오지 않으면 되고, 너는 이름이 뭐니?"

"지혜에요."

"그래 이름 참 이쁘구나. 지혜는 아저씨랑 조금만 놀아주면 돼. 어때 괜찮겠지?"

"그럼 우리 엄마 아빠한테 돈 달라는 소리 안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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