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여행] Day 10 - 치앙라이/매싸이
오늘은 아침부터 차를 타고 험한 길을 올랐다. 건물이 하나 둘 없어지고, 산길로 들어서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나였으면 차를 돌렸을 것 같은 무서운 도로를 거침없이 올라가는 운전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 친구는 멀미가 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산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은 군인들이 상주하는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지대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촘촘하지만 약간은 허술한 미로를 지나면 탁 트인 산의 전경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작은 가판대 카페가 동화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국경을 지키는 군인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데, 도이창 원두를 사용한다.
산 꼭대기라 그런지 은근히 추웠던 나는 따뜻한 라떼를 시켰다. 따뜻한 라떼를 들고 가장 멋있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라떼 그리고 아름다운 산의 전경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산의 전경은 태국이 아닌 미얀마의 땅이라는 것이 신비로움을 더했다.
태국 군인들도 대나무로 만들어진 국경 너머로 미얀마의 땅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힘이 잔뜩 들어간 군인이 아닌 포근한 길거리 청년들 같았다. 국경에 있는 카페와 그곳을 관리하고 지키는 군인들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상황일 거다.
다시 차를 타고 조금 내려가니 한 마을이 나타났다. 우리가 산 꼭대기까지 올라왔던걸 생각하면 이 마을이 얼마나 높은 곳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다. Pha Hi Village라는 이곳은 관광객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홈스테이 표시도 많이 보였고, 카페와 식당이 곳곳에 보였다.
홈스테이 방들은 거의 대부분 큰 통 창이었는데, 나도 시간만 됐으면 여기서 일주일을 살아보는 건데...! 아쉬움이 컸다. 높은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와 내가 구름보다 위에 있네~! 우리는 뷰가 좋은 카페 겸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며 신선놀음을 하다 치앙라이로 돌아왔다.
우리는 지친 몸을 달리기 위해 치앙라이에 있는 뽕프라밧 온천을 갔다.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 야외 마사지를 받았는데 2시간에 300밧이었다.(치앙마이에서는 볼 수 없는 미친 가격)
마사지를 받으려고 누웠는데 옆에 달력이 보였다. 8월 1,2일이 빨간 날로 표시되어 있었다. 아놔 어제도 저래서 술을 안 팔았구나! 생각이 들며 오늘도 술을 못 마신다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 온천하고 맥주 한 잔 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스르륵 잠이... 들 뻔했지만 너무 시원한 나머지 잠은 깊게 못 잤다. 여기 마사지 잘한다~! 가성비 최고!
뽕쁘라밧 온천 야외에는 동네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탕이 마련되어 있고, 돈을 내고 들어가는 것은 혼자서 사용하거나 가족이면 같이 사용가능하다. 가격은 탕의 크기에 따라 다른데, 우리는 50밧짜리를 하려다가 조금 더 큰 70밧짜리에서 각자 목욕을 즐겼다. 시설이 막 좋은 것은 아니지만, 3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독탕을 사용하는 것부터 그냥 대만족이었다. 물을 어디까지 채우냐고 물어보니 계단이 잠길 정도로 채우면 된다고 했다. 샤워용품과 수건이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으니 챙겨 가야 한다.
들어가기 전에는 오래 있다가 나와야지~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지루하고 공기가 답답해서 빨리 나와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밖에 샤워호스에서 찬 물이 나왔다. 찬물로 중간에 한 번씩 씻고 다시 탕에 들어갔으면 더 오래 즐겼을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우리는 오늘 저녁도 Tid doi Tin Tin에서 먹고(여기 진짜 너무 맛있다!)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오늘 간 곳 정리]
1) Doi Chang Moob Military Outpost ( Defunct)
https://maps.app.goo.gl/JH7E1PGaEcW5SEoN8?g_st=ic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에서 군인이 내려주는 도이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 멋진 산 전경을 내려보며 신선 놀음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정말 강추!!!!!!
2) Pha hee coffee
https://maps.app.goo.gl/9DAZ9FgvpBM5KMcF7?g_st=ic
산 꼭대기에 위치한 Pha hee 마을에 있는 커피숍. 커피원두가 들어간 초콜릿을 판다. 맛보고 마음에 들면 선물용으로 사기도 좋다. 뷰가 좋아서 밥 먹고 쉬기에 괜찮은 곳.
3) 뽕프라팟 온천
https://maps.app.goo.gl/kX2uzjH85voS4V8K9?g_st=ic
치앙라이에서 유명한 온천. 독탕 사용료가 50밧부터 시작. 저렴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샤워용품과 수건을 챙겨가자! 입구에 있는 야외 마사지샵도 가성비가 좋으니 추천! 인원이 많다면 미리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