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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Aug 21. 2023

태국 청년에게 군주제를 묻다

[태국 북부 여행] Day 12 - 치앙라이

우리는 오늘 조식을 먹고 느지막이 숙소에서 나와 추이풍 차농장을 가기 위해 볼트를 불렀다. 하얀 Jazz차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우리는 꽉 막히는 도로 위에서 수다를 떨며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그때,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아니, 이상하게 모르는 번호로 자꾸 전화가 오네?" 엄마는 "사왓디카~"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뿔싸. 그건 바로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며칠 동안 여행 강행군을 이어온 우리 일행은 오늘이 체크아웃 날이라는 사실을 모두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허허허...


운전하던 Jazz 청년은 전화 내용을 듣더니, 차를 돌릴까? 하고 물었다. 다행히 정체 구간이 풀렸고 우리는 제법 빨리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Jazz 청년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 후, 재빨리 짐을 챙겨 나와 새로운 호텔로 이동해 체크인을 했다.(P들의 여행이란...)


우리는 이 사건 이후 오늘 모든 일정을 Jazz 청년에게 라이드를 부탁했다.(택시를 직접 전화로 부르면 기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안 나가서 좋고, 우리는 영어가 되는 기사가 있으니 좋고! 서로 윈윈인 것이다.)


제일 좋았던 것은 Jazz청년과 영어로 소통이 되니 이것저것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 (태국에 오면 태국 사람들과 이것저것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이 청년은(어쩐지 영어를 잘하더라...) 나중에 트럭 기사를 하기 위해 볼트 기사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나는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물어봤다.


"태국 남자들은 사원에 가서 일정기간 동안 스님으로 산다던데 그게 사실이야?"


"응 맞아. 보통 10~15일 정도 갔다가 오는데, 나는 10일 갔다 왔어. 그렇게 갔다 오는 것이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어.“


"그렇구나, 그럼 진짜로 아침에 탁발도 나가고, 12시 전에만 음식을 먹을 수 있어?"


"하하, 맞아“

가끔 사원에 가면 수도승은 아닌 것 같은데 주황색 옷을 입고 있는 사라들을 볼 수 있는데, 아마 대부분은 잠깐 스님이 된 청년들일 확률이 높다. 스님이 된 친구를 군대 면회오듯이 찾아와 셀카를 찍고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제대로 된 수도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원 생활을 20년 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그럼 너도 불교겠네?"


"그렇지는 않아. 나는 종교가 없어."


"어머 그래? 나는 태국인 90%가 불교라고 해서, 거의 모두가 불교인줄 알았어."


"통계상으로 그럴 순 있지만 실제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는 불교와 수도승을 존경하지만 그것을 종교로 받아들이진 않는 것 같아. 물론 우리 할아버지 앞에선 이렇게 말 못 해"

나는 이 청년의 솔직한 답변이 너무 고마웠다.


"나도 이해가 될 것 같아. 나도 가끔 어른들 앞에서는 조심할 때가 있어. 그건 비슷하네!"


"그러네! 실제로 태국은 많이 바뀌고 있어."


"나 근데 조금 민감한 질문 해도 돼? 네가 불편하면 답 안 해도 돼."


"괜찮아. 해 봐"


"군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태국 왕은 총리가 있더라도 권위나 권력이 꽤 있는것 같아. “

사실 태국 사람에게 왕가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왕가를 모독하면 잡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 나는 현재 왕에 대해 나쁘게 생각한 적은 없어. 그가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어. 내가 존경하는 왕은 라마 9세야. 그가 많은 업적을 이뤘거든."


"그렇구나! 라마 9세의 업적에 대해서는 나도 여행하면서 많이 배웠어.”

더 궁금한 것이 있었지만, 나는 좀 더 질문하는 것이 혹여나 선을 넘는 행동일까 참았다.


대신 질문을 다른 식으로 바꿨다.

“아까 태국 사람들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했잖아? 그런 변화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정당이 있니?"


"어 있어. 전진당이 있지. 하지만 문제는 전진당이 선거에서 이겨도, 다른 당에서 cheating을 해. 그래서 이번에 전진당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했어.”


"와... 그건 조금 심한데?"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눈 후, 궁금한 점이 생겨 태국 총선에 대해 찾아봤다. 5월에 있었던 총선거에서는 제3당이었던 전진당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얻었다. 전진당은 군주제 개혁과 왕실모독죄 폐지를 주장하는 당인데,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아 태국 국민들도 군주제 개혁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왕실모독죄(징역 받음) 폐지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총선거 후 전진당의 대표 ‘피타'에 대한 총리 투표가 국회에서 실시 됐는데, 700명의 의원들 중 과반수 이상에게 찬성표를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총리가 되지 못했다. 이에 더해 태국 헌법 재판소는 피타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이유로 그를 의원에서도 직위해지까지 시켰다. 그의 인기가 컸던 만큼, 그의 직위해제 소식은 많은 태국인들을 분노케 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저녁 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볼트로 택시를 잡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또 Jazz청년이 나타났다. 우리는 서로 너무나 웃겨했다. 그는 우리의 하루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해 준 좋은 친구가 되었다. 사람에게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있나 보다.



[오늘 간 곳 정리]


1) 추이풍 차농장

-우리나라 제주도의 오설록을 연상케 하는 곳. 드넓은 차밭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다양한 음료,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등이 있으며 차 관련 제품도 팔고 있다.

https://goo.gl/maps/RvV63Gyzc8oAgsT86


2) 청색 사원(왓렁쓰아뗀)

-백색 사원과 함께 현대 불교 사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온통 푸른 기운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나에게는 백색 사원만큼 신비로웠던 곳. 여기도 화장실 너무 예쁨.  

https://goo.gl/maps/28N5iHkBFaBV3LdN6


3)치윗탐마다 레스토랑(진짜 나만 알고 싶은 곳...)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레스토랑. 치앙라이에서 엔틱한 유럽 바이브를 느끼고 싶다면 너무나 추천하는 곳. 저녁에 갔더니 분위기에 반하고, 음식에 반하고, 술에 반해서 세상이 완벽하게 느껴졌던 곳. 좋은 야외 자리는 이미 서양분들이 예약해서 한 자리씩 꿰고 있으니, 분위기 좋은 야외 자리를 원한다면 미리 예약하기. 나는 모기가 많아서 안에 앉았다. 우리는 소고기 큐브와 치즈 과일 플래터를(메뉴에는 없지만 물어보니 해주심) 안주 삼아 와인 두 병을 호로록했다. 가격은 한국 평균가격.(분위기에 비하면 싼 편ㅎㅎ) 낮에 와서 케이크에 커피 마셔도 너무 좋을 듯.

 https://goo.gl/maps/LyS6nLLcj2iJkqT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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