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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Oct 22. 2023

나의 역마살에게

[태국 북부 여행] Day 24 - 치앙마이 마지막날

 오늘은 24일 동안의 태국 북부 여행 마지막 날이다. 24일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당연히 알았지만 막상 당해보니 역시나 당황스럽다. 24일간의 여행동안 나는 태국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고 채우고자 하는 것을 채우고 돌아간다.


 나는 미소와 여유를 얻었고 값진 이야깃거리를 얻었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인생을 한껏 즐겼던 시간이었고, 24일 동안 태국 북부를 여행한 이 경험은 나에게 태국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또 많은 경험들이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비가 온 축축한 거리를 걸으며 맡았던 새벽 냄새, 쨍한 햇살을 맞으며 돌아다니던 정감 가는 골목들, 산과 강을 내려다보며 마시던 차 한잔의 여유, 새로운 음식을 도전할 때마다 설렜던 마음들 하나하나는 나의 마음을 꽉 꽉 채워주었다.


 처음 이 여행을 계획할 때는 24일도 부족하고 아쉬울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워낙에 해외여행, 해외생활을 좋아하고 즐겼기 때문이다. 근데 걱정과 달리 나는 며칠 전부터 한국에 있는 내 작은 원룸과 침대가 그리워졌다...


 어릴 땐 마냥 해외에 오래 나가있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집이 그립다니... 나는 어릴 적부터 역마살이 셌던 사람이라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낯설고 새로웠다. 내 역마살이 이제 명을 다하고 있는 건가?


 나의 역마살은 타고났다기보다 후천적으로 발달한 케이스이다. 학창 시절에 한국생활과 해외생활을 번갈아 왔다 갔다 했던 경험과 그 자주 바뀌던 환경이 아무래도 나에게 역마살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아무튼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국에 정착하는 생활을 싫어했고 답답해했다. 20대에는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해외에서 일 년씩 살며 나의 역마살을 열심히 풀며 살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바로 해외로 뜬다!라는 태도로 항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한 채 살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년에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유학을 가볼까, 해외근무를 써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기도 했었다.


 이랬던 난데! 새로운 환경과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는데!! 나의 이 역마살도 정해진 수명이 있는지 최근 들어 점점 그 힘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


 해외생활이 조금씩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 가서 적응하고 도전하는 것에 대한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서른이 되니 결혼 생각도 하게 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생각과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우지라는 생각, 내가 쌓았던 커리어와 앞으로 쌓고 싶은 커리어 등을 생각하니 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당장 해외로 가기에 현실적으로 걸리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만 둘이 있는 한 선배는 나를 볼 때마다 "젊을 때 여행 많이 많이 다녀야 해~!!"라고 말하곤 하셨는데, 그 선배의 말이 생각나며 그 마음이 진심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시간이 얼마 없는 걸까...?


 역마살을 잃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나는 너무너무 싫다. 용기가 차차 없어지고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을 나는 아직 받아들일 수 없다.


 역마살은 액운 중 하나라고 한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게 될 사주. 별로 좋은 사주는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역마살은 액운이 아닌 행운이었다. 나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주었고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나는 아직 내 역마살을 놓아줄 마음이 없다.


 역마살이 내게 조금 더 붙어있어 주길, 조금 더 힘을 내주길, 나에게 용기와 무모함을 주길 바란다.


 오늘 치앙마이를 떠나면 또 언제 태국에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나의 역마살이 다시 도지는 어느 날, 또 다른 누군가와 다시 찾게 되길.


2023. 07. 25 ~ 2023. 08. 17.

태국 북부 여행 [지극히 사적인 여행에세이] 끝.




[오늘 장소 리뷰]


1) Kalm Village Chiangmai

https://maps.app.goo.gl/QbkCkoC4h4gzUybMA?g_st=ic

 볼거리 가득한 예술 종합 센터. 깔끔하고 웅장한 건물이 입구부터 설레게 하는 곳. 전시관, 카페, 도서관, 음식점이 있다. 건물 자체가 예뻐서 사진 찍을 곳도 많고, 전시를 둘러보고 쇼핑하는 재미도 있다. 카페 이층에 자리 잡은 도서관에 앉아 브런치 글을 끄적였는데 너무 좋았다. 화장실도 너무 깨끗! 둘러보는 것은 모두 무료이다!


2) 왓 판 웬 타이 마사지

https://maps.app.goo.gl/guNMj4qV1Y4X3DRK9?g_st=ic

가성비 좋은 타이 마사지/툭쎈 마사지 샵. 사원 안에 자리 잡은 마사지 샵이라 그런지 가격이 정말 착하다. 대신 시설은 기대하지 말 것! 나는 다행히 대기 없이 받았지만 내 뒤로는 사람이 많아 대기줄이 꽤 길었다. 태국 마지막 날이라 궁금했던 툭쎈 마사지를 받았다.(나무못과 망치로 마사지하는 것) 뼈 마디 하나하나를 못을 대고 망치로 두드리는데 소리에 비해 아프진 않다. 나는 막 시원하거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궁금하면 짧게만 경험해 보시길ㅎㅎ 마사지는 역시 손이 최고!


3) 홍콩식 완탕누들

https://maps.app.goo.gl/Vy3WJNQ39mi17bGf7?g_st=ic

마지막날 점심 메뉴로 고른 곳! 와... 여기 너무 좋다. 사실 날이 너무 더운데 뜨거운 음식이라 조금 고민했는데 먹길 너무 잘했다. 새우완탕면이 진짜 죽인다. 톡톡 터지는 새우 알들이 너무 맛있다 ㅠ 추천하는 것은 일반 새우완탕면을 시키고 그릇을 하나 달라고 한 다음 면이랑 고추기름을 비벼 먹는 것! 너무 맛있다!!


4) 치앙마이공항 센트럴플라자

https://maps.app.goo.gl/VUE7DaYhMhSYyRc47?g_st=ic

비행기 타기 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들렸던 곳. 사실 크게 특별할 건 없다. 대형 쇼핑몰인데 위치상 마야몰이 좀 더 난 것 같다. 나는 여기서 태국 와서 처음으로 차트라뮤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티백을 사 왔다. 공항에 가니 더 비쌌다! 무조건 공항 가기 전에 사야 함+_+


5) 치앙마이공항 코랄 라운지

https://maps.app.goo.gl/TRvkqXn77EaRCVxf7?g_st=ic

카드 혜택으로 무료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서 가본 치앙마이공항 코랄 라운지. 공항 오기 전에 팟타이를 한 사발하고 와서 음식을 많이 먹진 못했지만 비행기를 편히 기다릴 순 있었다. 시설이 크거나 엄청 좋은 것은 아니다! 제일 좋았던 건 마사지 15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마사지를 받겠다고 하면 마사지사가 와서 앉은자리에서 싸악 풀어준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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