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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Oct 15. 2023

치앙마이 바이크의 매력

[태국 북부 여행] Day 22 - 치앙마이

 우리 아빠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즐기는 용도는 아니고 그저 이동수단으로만 타고 다니시는 거지만, 아빠가 처음 오토바이를 산다고 했을 때 나는 아빠한테 걱정 어린 소리를 한가득 했었다. 어릴 때부터 교통안전 교육을 모범적으로 받은 탓인지 오토바이는 나에겐 왠지 모르게 위험하고 불안한 기계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오토바이를 타다 빗길에 넘어져 발목을 삐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빠는 그 후로 몇 개월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오토바이에 대한 나의 경각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치앙마이에 오니 오토바이가 정말 많았다. 헬맷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오토바이를 타는 아저씨,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뒷자리에 아이를 태우고 어디론가 가는 엄마, 아기-엄마-아기-아빠 순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오토바이를 타는 가족, 자신보다 큰 오토바이에 친구들을 태우고 다니는 교복 입은 학생 등 현지인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관찰하면 신기하다가도 너무 위험해 보였다. 저렇게 타도 괜찮은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치앙마이에서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오토바이를 애용한다. 특히 혼자 다니는 관광객이라면 택시보다 저렴하고 차가 막히면 택시보다 빠르기까지 한 오토바이는 최고의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나에게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든달까...?


 첫 볼트 바이크(볼트 앱에서 택시처럼 잡아서 타는 바이크)는 동생 때문에 억지로 타게 됐다. 동생이 혼자 바이크를 타보고 싶다는데 내가 혼자서 택시를 타기엔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내 바이크를 탔었다.


 처음엔 타고나면 어깨가 아플 정도로 잔뜩 긴장했었다. 손은 어딘가를 꼭 붙잡고 있어야 했고, 바이크가 방향을 트느라 기울거나, 덜컹이라도 하면 몸이 잔뜩 움츠려 들었다.


  저랬던 내가 태국 22일차가 되니 180도 바뀌었다. 어제부로 다시 혼자가 된 나는 이제 당연한 듯 볼트 바이크를 불러서 탄다.


 몇 번 타보니 생각보다 안전해서인지 바이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긴장됐던 어깨가 편안해졌고, 항상 무언가를 꼭 잡던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현지인들처럼 뒷자리에서 핸드폰을 하진 못하지만 달리는 바이크에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너무나 편안하게 두 손을 놓고 바이크를 타는 내 모습이 너무나 현지인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쌩쌩 달려주는 바이크가 치앙마이에서는 정말 고마운 내 이동수단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도 항상 헬맷은 꼭! 챙겨 쓴다. 내 소중한 머리!!)

 

 볼트 바이크는 혼자 이동할 때 싸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나는 특히 바이크에서 느끼는 바람이 너무 좋다. 새벽이나 조금 어둑해진 밤에 바이크를 탈 때면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너무 좋아 누군지도 모르는 기사님께 “오빠 달려~~!!”를 외치고 싶을 정도다. 날이 정말 좋을 때는 도착지에 도착해도 내리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볼트 바이크를 부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바이크가 오는데 바이크에 따라 승차감 차이가 심하다. 내가 제일 안정적으로 느낀 건 뒷자리가 넓은 스쿠터였고 가장 스릴 있었던 것은 몸을 살짝 굽혀서 타는 좌석이 살짝 높은 찐 바이크였다. 볼트 앱에서 바이크 종류까지 고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랜덤박스처럼 어떤 바이크가 등장할지 항상 궁금해하며 바이크를 부를 수밖에 없다.


 바이크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바이크에 대한 추억이 여러 개 생겼는데, 바이크가 낡고 덜덜거려서 엉덩이가 아팠던 적도 있고, 바이크를 타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하늘에 비 좀 멈춰달라고 기도를 했던 적도 있었다.무엇보다 잊히지 않는 추억(?)은 기사님의 쾌쾌한 머리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내 코를 꽤나 지속적으로 찔렀던 기억이다. 하필 헬맷도 안 쓴 기사님은 그날따라 샤워할 시간이 없었던 건지 머리냄새가 꽤나 지독했었다. 모르는 사람의 정수리 냄새를 계속 맡으며 뒷자리에 타고 있으려니 꽤나 힘들었다ㅎㅎ흐메~내 코!


 하튼 볼트 바이크는 잘만 걸리면 정말 좋은 이동수단이다. 우리나라 도시 같은 경우 교통수단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볼트 바이크가 상용화되긴 힘들겠지만, 지하철이 없고 버스 배차간격이 큰 지역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수단인 것 같다!


그래도 아빠는 오토바이 안돼!!!(딸의 이중적인 마음)




[오늘 일정 리뷰]


1) 아우아라이 호텔

https://maps.app.goo.gl/7wpmmdg2FdAWqstM6?g_st=ic

혼자 3일 동안 묵은 호텔. 걸어서 5분 정도면 치앙마이 게이트까지 갈 수 있다. 치앙마이 게이트 주변애는 야시장, 큰 슈퍼마켓, 카페, 음식점, 약국 등이 있어서 편리하다. 호텔은 깔끔하고 혼자 지내기 좋은 편이다. 수영장은 이용하기엔 조금 더러워 보였다. 조식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체크아웃하는 날 2시까지 머물 수 있게 해줬다. 치앙마이 공항이랑 가까워서 출국하는 날 편했다.


2) 피만팁 골프연습장

https://maps.app.goo.gl/hCVNHjxVrN1sJbHA6?g_st=ic

운동이 너무 하고 싶어서 새벽같이 찾았던 골프 연습장. 장비가 없어도 대여가 가능하대서 맨몸으로 갔다. 근데 하필 골프장에서 불교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하루종일 직원들이 스님들과 불경을 외우며 기도를 드린단다. 구글 지도에 표시도 안 해놔서 몰랐다ㅠ


3) Adirak Pizza

https://maps.app.goo.gl/ZGLp52XSFhXgKzik8?g_st=ic

명성만큼 맛있던 곳. 무화과 샐러드와 패스토 리코타 피자를 시켰다. 특히 패스토 리코타 피자에 여기에서 만든듯한 고추기름(?)을 얹어 먹으면 작은 눈이 아주 똥그랗게 띠용-! 하고 떠지는 그런 맛이다. 음료 두 잔까지 포함해서 한화로 27000원이 나왔는데, 현지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야 훨씬 저렴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니~~ 이래서 치앙마이가 너무 좋다!


4) Royal project sho

https://maps.app.goo.gl/2dqeLUsAyHssQ4kdA?g_st=ic

 유기농 제품들과 태국 Royal Project를 통해 생산된 커피, 차, 꿀 등을 파는 곳인데, 선물로도 좋아 보이는 물건들이 꽤 있어 나도 이것저것 사 보았다. Royal Project는 왕가가 실시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태국 북쪽의 아편 재배단지를 없애고 커피, 차, 화훼, 꿀 등 다양한 산업을 통해 태국 국민의 삶의 질을 올린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5) 앙깨우 저수지

https://maps.app.goo.gl/jVth3oKAhfFNjQBS8?g_st=ic

치앙마이 대학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잔잔하고 큰 저수지. 쨍한 햇빛을 받으며 주변 나무들과 파란 하늘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고 있다. 데이트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수지를 보면서 그냥 멍만 땨려도 힐링된다.


6) Living A dream

https://maps.app.goo.gl/tY1FEcRW8gPe58Zo7?g_st=ic

앙깨우 저수지 뷰를 자랑하는 카페. 음료와 다양한 음식을 판다. 한참을 앉아서 혼자 이것저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7) 치앙마이대학 스테이크 바

https://maps.app.goo.gl/R82gG1XuVnaZpW5u9?g_st=ic

사람들이 맛있다고 너무 칭찬을 해서 가본 곳. 여기 찐이다. 나는 고민 끝에 치킨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안에 무언가 들은 것 빼고는 촉촉하니 너무 맛있었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고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혼자 가서 하나밖에 못 먹은 것이 한스럽다. 얼마나 맛있으면 어떤 사람들은 반찬통을 가져와서 포장해가기도 했다. 사람이 많아지면 대기 시간이 많이 늘어나니 무조건 오픈 전에 가는 걸 추천한다. 오픈 전에 가서 주문 넣고 옆에 편의점 가서 음료수 사 오는 것이 국룰인 듯. 나는 오픈 15분 전에 갔는데도 5번째 순서였다. 앞 팀이 단체여서 음식 받는 데까지 거의 사십 분을 기다렸다. 기다림이 잊혀질 정도로 맛있는 맛이니 기다림을 주저하지 말길.


8) 마야몰 림핑 마트

https://maps.app.goo.gl/Z29AL1UB6h8UiomQ9?g_st=ic

마야몰 지하에 위치한 슈퍼마켓. 접근성이 좋고 마트가 꽤 커서 관광객들이 모두들 한 번쯤 들린다. 나도 여행을 마무리할 때라 여기서 건망고, 꿀, 과자 등 이것저것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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