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록으로 나라는 사람을 기록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아주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는 내가 만든 학교의 가장 깊은 교과목이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읽는 방식과 쓰는 태도에서 시작됐다.
과거 나는 책을 ‘끝내는 것’ 에만 집중했다. 읽었다, 체크했다, 그리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스쳤다.
“내가 읽은 책은 왜 남지 않았을까?”
그 질문이, 나를 조금 혼란스럽게 했다.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직감.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일정 부분을 되돌아보고 발췌를 하고, 느낀 점을 메모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책 속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겹쳐 쓰고 있었다.
그건 마치, 책과 나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교실 같았다.
책이 선생님이고, 나는 질문하는 학생이 된다.
또 때로는 내가 선생님이 되어내 삶을 책 속 문장에 비추어 해석하는 수업의 지속을 한다.
읽고 쓰는 루틴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보는 거울이 되었다.
오늘 읽은 문장에 어제의 내가 보이고, 오늘 쓴 글에 내일의 내가 엿보인다.
책을 읽고 쓰는 일은 이제 내게 ‘작은 수업’이 아닌 내가 만든 핵심 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어주는 나만의 필살기 ‘독서카드’의 기록.
한 장의 카드에 책 제목, 인상 깊은 문장, 느낀 점, 그리고 책에서 찾아낸 나만의 질문을 기록해 본다.
카드가 쌓일수록, 나는 ‘쌓여가는 독서’가 아니라 ‘깊어지는 성찰’을 경험하게 되었다.
독서카드는 기록이자 대화였다. 책과 나의 대화, 그리고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
“이 문장이 나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이 장면에서 느끼는 감정은?” 질문은 계속되지만,
답은 매번 달라졌다. 그것이 성장이라는 것을 나중 에서야 알았다.
이제 나는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수업을 만든다.
읽는 사람이 되기보다, 읽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는 말처럼 나의 온라인 공간들은
내 수업의 칠판이자 복습장이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내 수업이다.
아직 정답은 없지만 배워가는 중이라는 사실이 나라는 존재에게 위로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