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어 지는 삶 - 읽고 쓰고 정리하고 기록되고
책을 읽는 시간은 언제나 조용하고 내밀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혼자가 아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안에 살아 있는 거인의 목소리와 만난다.
어느 날은 따뜻한 어른이 나를 다독이고,
어느 날은 날카로운 통찰이 내 안에 침묵을 깨운다.
나는 이 감정과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마치 오래된 필름을 보물처럼 나의 마음속에 쌓아두기로 했다.
그 기록이 나만의 ‘아카이브’가 되리라 믿는다.
독서는 질문이고, 글쓰기는 응답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문장에 동의할까, 반대할까?”
“지금 내 삶과 이 메시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왜 이 문장이 내 마음에 꽂히는 거지?”“
이 질문은 독서 후 메모로 이어지고, 메모는 글쓰기로 이어진다.
생각의 궤적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점차 일상이 되었다.
책을 읽는 건 외롭지 않은 사유다.
글을 쓰는 건 그 사유를 나에게 다시 돌려주며 단단해져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명확해진다.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
사람은 금방 잊는다. 감동도, 다짐도 쉽게 흐려진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 본다.
독서카드 – 핵심 문장, 인상 깊은 문단, 질문,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
블로그 – 독서 후기를 담아 온라인에 발행
스레드/인스타 – 책에서 얻어낸 짧은 통찰을 이미지와 문장으로 요약
이렇게 남긴 기록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그때의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 이 문장은 오래도록 간직해야지”
"이 좋은 문장을 나눠 줘야지" 등으로
그렇게 기억들은 나의 성장의 연대기가 되고,
다시 누군가의 성찰을 돕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나만의 교과서, 나만의 수업
사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교과서를 쓰며 살아간다.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 스스로 부딪히며 터득하고 정리한 삶의 교훈들
책 속 문장 하나에 울고, 어떤 날은 밑줄 하나에 오래도록 머무르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내가 만든 ‘수업’ 속에서 매일 살아간다.
세상에 공식 교과서만이 정답은 아니다.
나의 삶이 곧 교과서이고, 내가 만드는 독서 기록이 그 안의 작은 장(章)이다.
이상한 학교엔 정해진 교재도 없고, 기말고사도 없다.
하지만 나는 매일 나만의 수업을 만들고 있다.
읽고, 쓰고, 정리하는 이 고요한 공부야말로 삶을 버티게 하는 진짜 힘이다.
지금, 나는 내 안의 교실에서 또 한 번의 수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