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들이 세상 구경을 하다.
한동안 나는 내 안에서만 글을 끄집어 냈다.
누구에게 보이려는 글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닿을 생각도 없었다.
그저 내가 견디기 위한 말들.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문장.
그런 글을 노트에 쓰곤 했다.
비밀 같은 하루, 나만의 조용한 방.
그 방에선 세상이 잠시 멈췄고
나는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방이 조금 답답해졌다.
글이 자꾸 밖을 보자고 말을 했다.
그래서 문을 열었다. 블로그에 하루, 스레드에 한 줄.
브런치에 한 편 하나둘씩 글을 꺼내 놓았다.
무심히 올린 문장에
“저도 그래요” “이거 내 얘기인 줄…” 반응이 돌아왔다.
그땐 몰랐다. 글을 쓰는 일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말을 걸어야 닿는다는 걸.
그냥 꺼내는 게 아니라 살며시 내미는 손길이라는 걸.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
내가 무너졌던 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버팀’이 되었다.
노트 속 조용한 독백이 타인의 하루를 흔들 줄 정말 몰랐다.
이제는 조금씩 알아 간다.
글은 잘 쓰는 게 아니라 닿고 싶은 마음으로 쓰는 것.
누군가는 오늘도 조용히 넘기겠지.
아무 말 없이 스쳐가겠지. 그런데도 나는 쓴다.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릴 수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하얀 노트 앞에 앉는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공책이 아니라 세상에 말을 거는 글을 쓴다.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어디선가 누군가 들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