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자세.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한동안 장바구니에만 담아둔 채 쉽게 결제하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책을 선택할 땐
마음 한편에 늘 두 가지 감정이 함께 올라온다.
기대와 경계.
너무 많이 회자된 책이
종종 실망으로 끝났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의 평가는 언제나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삶의 좌표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책 앞에서 늘 한 번 더 망설이는 편이다.
송희구 작가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김부장』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기대가 컸고, 동시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문장은 빠르게 속도를 얻었고,
나는 순식간에 이야기 안으로 들어갔다.
이 책이 왜 오래 회자될수 밖에 없는지 금세 이해가 되었다.
특별한 과장도 없이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래서 술술 더 잘 읽힌다.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공식도, 자극적인 투자 비법도 없다.
대신 반복되는 건 아주 일상적인 장면들이다.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친구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벌어지는 삶의 간격.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돈이 많은 사람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다.
돈에 대한 욕망보다 어떤 선택을 반복해 왔는지,
어떤 태도로 하루를 살아왔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저 사람은 운이 좋았던 거야”라는 말이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지금 가진 돈의 크기가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
소비 앞에서의 절제, 불편함을 견디는 자세들이
시간 속에서 쌓여왔을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독자를 크게 흔들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는 있지만 조롱은 없고, 좌절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부자는 멀리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남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오래 반복한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잔잔하게 흐른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법보다 부자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자세를 말한다.
돈은 그 태도에서 비롯된 삶의 부산물처럼 다가온다.
책을 덮고 나면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된다.
소비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게 되고, 시간을 쓰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며칠 전, 카페에서의 일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를 보다가 가격표 앞에서 멈췄다.
그 가격이면 책 한 권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순간의 경험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자꾸 떠올랐다.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는 부의 크기에 압도되어
부러움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다.
그 부러움을 사유로 바꾸고, 그 사유를 태도로 이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돈이 많아지는 삶보다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단단해지는 삶이 먼저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