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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현실 속 통찰의 기회

카프카 『변신』 그레고르를 통해 본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by 마이진e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범한 세일즈맨이자 가족을 부양하던 성실한 청년. 하루하루의 삶을 견디며 가족에게 헌신해 왔던 그였지만, 형체가 바뀌자마자 그에 대한 시선도 차갑게 돌아선다. 처음에는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그를 받아들이려 했던 가족들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를 외면한다. 특히, 그가 가장 아끼던 여동생마저 등을 돌릴 때, 그레고르는 더 깊은 외로움 속으로 침잠해 간다. 그리고 결국, 아무도 곁에 없는 방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레고르의 변신과 죽음은 단지 한 인간의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는 묻는다.


우리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는가? 외모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내치는 것이 정당한가? 그는 단지 벌레가 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기에 고립된 것이다.


슬픈 것은, 이 이야기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때때로, 아니 자주 ‘유용성’으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 속을 살아가고 있다. 쓰임을 잃은 순간, 사랑도 이해도 거둬지는 관계들. 그런 냉정한 현실 속에서 그레고르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나는 지금 누구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그레고르는 비록 비참한 죽음을 맞지만, 그가 겪은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외부의 인정이 사라지고, 세상의 기대에서 벗어난 그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요하고 고통스러운 침묵 속에서 우리는 듣게 된다.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의 목소리를.


『변신』은 말한다. 존재의 가치는 외형이나 역할이 아닌, 그 존재 자체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연대는, 누군가가 변했을 때조차도 변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어떤 모습이든 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일이라는 것을.


그레고르의 방 안에 남겨진 침묵은, 우리 안의 질문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질문 앞에 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고통스러운 현실이 주는 책 속에서의 가장 깊은 통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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