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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서 시작된 철학의 여정 《소피의 세계》

왜 사람들은 이런 걸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

by 마이진e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열네 살이었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우편함에서 한 장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에는 단 하나의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


“너는 누구니?”



그 질문은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겨가듯이 마음속에서 바스락거렸다.


그리고 그 시작이 그녀를 '철학'이라는 낯설고도 깊은 세계로 이끌었다.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설, 《소피의 세계》 이 책은 느낌은 마치 철학이라는 거대한 숲 속을 헤매다가 만난 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작가는 ‘소피’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나를 철학의 역사 속으로 안내해 주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시작하여, 칸트, 데카르트, 스피노자, 마르크스, 그리고 현대의 실존주의자 사르트르까지. 한 사람의 성장 서사 속에 수천 년의 철학이 조용히 스며든다.




그러나 이 책이 조금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의 나열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나에게도 닿는다.



소피는 종종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왜 사람들은 이런 걸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 나는 이 세계가 너무 이상하고, 너무 신기하고, 그래서 자꾸만 더 알고 싶어.”



그녀는 풀잎 하나, 구름 한 조각에도 질문을 품었다.


‘이건 왜 존재하는 걸까?’



그 호기심은 단순한 지식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를 향한 갈망이었고, 삶을 스스로 정의하고자 하는 작은 인간의 커다란 사유이다.



철학은 책 속에만 있지 않았다.


소피는 그것을 느꼈다.


자신이 매일 지나치는 숲길, 친구의 말투, 엄마의 눈빛,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까지 그 모든 것이 철학이 셈이다.



"내가 생각한다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뜻이겠지?"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의 철학자가 되어갔다.



나도 한때 살아 있음에 세상이 참 지독하게 싫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욕심을 부린다. 거짓말을 한다. 누군가를 속이고, 누군가에게 속는다. 타인을 이기적인 시선으로 재단하고, 표면적인 것들로 사람을 판단한다. 그런 현실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사람을 경계하게 되고, 관계 속에서 자꾸만 벽을 세웠다.


‘세상은 원래 이런 건가?’ ‘나는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런 질문들은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고, 때론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나라고 해서 얼마나 다를까. 나도 결국 이기적인 인간이 아닐까.'


라고 질문과 나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내가 아니라, 진짜 나.


그걸 묻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답을 찾으려는 애쓴 하루하루가, 그 자체로 철학이지 않을까



지금은 안다. 그 혼란도, 회의도, 슬픔도 다 내 일부였고, 지금의


나를 만든 하나의 조각들이었다는 걸.



철학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 앞에서 매일 조용히 던지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세상이 여전히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이제 그 안에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너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어디에서 왔는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은 진짜인가?”



질문은 소피를 움직였고, 그 질문은 다시 나의 사유를 일깨운다. 그렇게 내가 어느새 철학과 강의실에 앉아, 소피와 함께 고민하고 의심하고 사유하게 된다. 마치 누군가가 거울을 내밀듯, 책 속의 철학은 내 속의 자아를 비춰준다.



책이 중반을 넘어설 무렵, 독자는 또 다른 충격적인 전개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피는 점점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녀가 사는 세계, 그녀의 존재, 그녀의 생각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듯한 기묘함.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만약 우리가 누군가의 상상 속 인물이라면, 우리의 자유와 선택은 어디에 있는가?



이 모든 물음은 단지 책 속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나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나는 진짜 나로 살고 있는가?'



소설은 끝나도 질문은 계속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소피의 세계》가 우리에게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익숙했던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힘. 그래서 다시 한번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 걸까?'



질문은 어렵지만, 그 질문 안에는 삶을 더 깊이 느끼게 해주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꼭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묻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철학의 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그 물음을 마음속에 가만히 놓아본다.


“너는 누구니?”


그 질문이 당신의 하루를 조금 더 빛나게 해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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