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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나를 다시 살아보는 연습의 시간

by 마이진e

《정리하는 뇌》 — 나를 다시 살아보는 연습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이 엉킨다.
해야 할 일, 생각해둔 일, 놓치면 안 되는 일,
그리고 느닷없이 몰려오는 감정들까지.
무언가를 해냈다는 안도보다,
놓치고 있다는 초조함이 더 크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게으른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고,
무언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 그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문제는 ‘나’가 아니라 ‘뇌의 방식’이었다.

대니얼 레비틴의 『정리하는 뇌』.
처음엔 과학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몇 장만 넘겨도 알 수 있다.
이건 단순히 뇌를 위한 책이 아니다.

정보와 집중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은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묻는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정보를 받아들인다.
뉴스, 메시지, 알림, 선택해야 할 것들.
SNS에서 10초 만에 마주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생각보다 우리는 ‘결정’이라는 과부하 속에서 살고 있다.

책은 말한다.

사람은 하루에 평균 35,000개의 결정을 내린다고.
그 결정 하나하나가 뇌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고.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너무 쉽게 피로해지고,
감정의 방향을 잃고,
무기력 속에 주저앉는다.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던 나의 일상.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멈췄다.

그리고 물었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한가?”
책은 아주 단순하게 대답한다.
“정리해보자.
생각을, 할 일을, 감정을.”


책은 아주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준다.
할 일은 머릿속이 아닌 종이에 꺼내 적고,
물건은 늘 같은 자리에 두고,
자주 쓰는 정보를 카테고리로 묶어 기억하라고.
이 단순한 습관들이 뇌를 덜 피곤하게 만든단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내 책상을 떠올렸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그 시간들.


지금은 다르다.
하루가 시작되면, 먼저 책상을 정리한다.
하고 싶은 일은 수첩에 적는다.
중요한 건 하나씩, 집중해서.
그 작은 변화가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책은 이렇게 속삭인다.
“창의성은 여백에서 나온다.”
비워야 보인다.

복잡한 가운데선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
정리는 지우는 일이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정리하는 뇌』는 결국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책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자주 잊고,

왜 어떤 순간엔 갑자기 무기력해지는지를
조용히 짚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책이 나를 나무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는 왜 이렇게 산만하니?”
“왜 그렇게 게으르니?”
그런 말은 없다.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그건 뇌가 원래 그런 거야.
우리가 잘 몰랐을 뿐이야.”

책장을 덮은 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수첩을 펼쳐,
내일의 할 일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단순하더라도,
나는 나를 정리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것은 곧 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가도
내 안에 작은 질서를 세울 수 있다면,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정리하는 뇌』는 결국 이런 말을 전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살아간다.
그중 절반은 내려놓아도 괜찮다.
비워야 살 수 있는 삶도 있다.
정리는 삶의 ‘삭제’가 아니라,
삶을 ‘살려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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