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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고전이 답했다.

by 마이진e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

제목이 매우 직관적이나,

그 함의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고전이라는 오래된 텍스트에서 현대적 해답을

구하려는 시도는 흔하지만, 그 깊이와 설득력은 천차만별이다.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나는 처세술이나 자기 위안을 넘어,

고전 속 지혜를 현재의 삶과 연결하려는 작가의 고심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연결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독자의 판단마다 다를 수 있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다양한 고전을 소개하며,

각 텍스트가 지닌 핵심적인 가치를 간략하게 요약한다.


방대한 고전의 세계로 진입하는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관문이라고 해야 할까.

독자는 작가가 선별한 지혜의 조각들을 맛보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동시에, 깊이 있는 학문적 탐구를 갈망하는 독자에게는

자칫 표면적인 정보 나열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마치 박물관의 안내 팸플릿을 읽어 내려가는 듯한 인상이다.

흥미로운 유물들의 존재는 알 수 있지만,

그 역사적 맥락이나 예술적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해 보일 수 있는


고명환 작가는 고전의 메시지를 자신의 경험과

엮어 설명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추상적인 지혜를 구체적인 현실 속으로 끌어내리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느껴진다.


공자의 ‘인(仁)’ 사상은 작가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재조명되고,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번잡한 현대 사회에서 잠시 멈춰 서는 것의

중요성도 환기시킨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은 독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전 속 인물들의 고뇌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이 과도하게 개입되어,

고전 본래의 의미를 살짝 희석시키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서 보아야 할 대목이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실제보다 왜곡될 수 있듯이,

작가의 경험이라는 필터를 거친 고전의 메시지가 온전한 형태로 전달되는지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부분이다.

지혜를 내어 주는 고전의 문해력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과잉과 속도의 숭배,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개인은 방향성을 상실하고

불안감을 느끼기도 쉽다.



아마도 고전은 이러한 현대적 딜레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컨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SNS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려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맹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 사상은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며,

이는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는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고전 읽기의 현대적 의미는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의 원천을 발견하게 해 준다.


결론적으로, 『고전이 답했다』는 고전이라는 낯선 영역에 대한 흥미로운

입문서 역할을 수행해주고 있다.


작가의 친근한 안내와 개인적인 경험의 공유는 고전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깊이 있는 분석이나 학문적인 통찰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이 책은 고전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하지만 중요한 지점은 이 책을 통해 촉발되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더 깊고 넓은 고전의 세계를 탐험하려는 의지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고명환의 작가의 시도는 개인적인 평으로

고전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그 궁극적인 의미는 고전을 꾸준히 접해가며

독자 개인의 성찰과 실천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결국, 작가의 바람대로 고전을 가까이하며

고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책을 통해

우리 스스가 찾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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