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기록은, 나를 잊지 않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거인의 노트』를 펼치며
오래전 나를 떠올려 본다.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부지리로
3등을 해서 부상으로 연필과 노트를 받았다.
그렇게 기록인 듯 아닌 듯 기록이 시작되었다.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공책 위로 일기를 써내려 간다.
그게 다였다.
섬세하진 않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삐뚤삐뚤한 글씨로
빼곡하게 써내려 갔다.
그것이 나의 기록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기록의 시작은 늘 가벼웠다.
메모한 줄. 떠오른 생각.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고 싶은 마음.
하지만 곧 멈춰 서곤 했다.
말 그대로 메모로 끝이 난 것이다.
기록이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 이까짓 거 메모 쪼가리가 무슨 소용이 있지?'
' 노트가 맘에 들지 않네, 예쁘게 써두어야 할 텐데.'
그렇게 노트 한 귀퉁이가 찢어져 나가고
그 길로 텅 빈 여백의 노트는 사라져 갔다.
그때는 몰랐다.
기록이 이렇게 대단한 힘이 있다는 것을
기록은, 나를 확장시키는 힘의 기본기라는 걸.
김익한 교수는 말했다.
"거인의 기록은 목적이 다르다."
그들은 단순히 정보를 쌓지 않았다.
끊임없이 질문했고,
반복해서 다듬었으며,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다시 써내려 갔다.
기록은 그들에게,
자신을 만나는 작업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는 그저 본 것을 베껴 냈다.
남의 생각을 옮겼고, 감탄만을 남겼다.
하지만 내 생각은? 내 느낌은?
내 물음표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록은 복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담은 탄생이어야 했다.
나는 거인의 노트를 보며,
새로이 써내려 간다.
나만의 생각을 담은 문장을. 내 생각을 덧붙인 글을
김익한 교수는 덧붙였다.
"기록은 과정을 남기는 일이다."
완벽을 바라지 말 것.
서툰 문장도, 흔들리는 생각도, 모두 기록할 것.
이제야 깨닫는다.
기록은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신만의 여정의 결과물이라는 걸.
책을 덮으며 다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하자고.
질문하고, 느끼고, 흘러가게 기록을 해보자고.
어쩌면, 이렇게나마 흔적을 남긴다는 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일 될 테니
느낀 것. 생각한 것. 살아낸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기록해 나가다 보면
나만의 다른 거인의 노트가 탄생할 것이다.
『거인의 노트』는 말한다.
기록은 거대한 사명이 아니다.
다만, 오늘을 사랑하는 사람의 조용한 다짐 일 뿐이다.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이 문장을 품고, 오늘도, 나의 일상을
소소하지만 소중한 나의 일상을
나를 기록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