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가 없지 용기가 없냐
센스는 없지, 용기가 없냐?
글을 쓰다가 자꾸 눈에 밟혔다.
문장 말고, 배치. 느낌말고, 디자인.
왜 글은 조금씩 써지는데 나아져 가는데
썸네일 하나는 이렇게 어렵지?
처음엔 무시했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자꾸만 그 무심함이 티가 났다.
글이 아무리 좋아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고민 끝에 결심했다.
‘그래, 한 번 제대로 배워보자.’
이왕 하는 거 캔바까지.
모르고 시작하면, 오히려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디자인의 세계로 들어섰다.
시작은 호기로 가득했다.
마치 새 운동화를 신고서
첫 산책을 나서는 사람처럼
설레면서도,
어쩐지 괜히 잘할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 수업이 지나자
나는 금세 작아져 간다.
‘그리드 정렬, 타이포그래피, 서체의 무드...’
모르는 말이 쏟아졌고
색의 조합은 왜 그리 어려운지.
눈은 뻔히 보는데 손은 따라주질 않았다.
감각 없는 내 손끝이 슬슬 밉기 시작했다.
하루는 화면만 켜놓고 과제도 하지 못했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창을 꺼버렸다.
‘괜히 시작했나...’
그 말이 입안에서 굴러다녔다.
무력감이 책상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거 일단 해봐!
나는 다시 캔바를 열었다.
센스는 없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진심은 있으니까.
작고 서툴지만 하루 한 장씩 만들어봤다.
그러다 문득, 색이 조금은 덜 어색해졌고
정렬이 살짝 안정감 있어졌을 때,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내가 아는 변화였다.
나는 아직도 디자인 앞에서 쭈뼛거린다.
말 그대로 디자인 무지렁이.
하지만 쭈뼛거리면서도 나아간다.
배움은, 센스보다
용기를 내어서 반복해야 된다는 걸
하루치의 실습과 반복을 해본다.
그러니 오늘도 묻는다.
“이걸 괜히 시작했나?”
그러고는 스스로 답한다.
“괜히가 어딨어, 어제보다 더 나아졌는데.”
김종원 작가님의 글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시작하기 전에 의미부터 찾지 말자.
무엇이든 잘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지금 무엇을 하든 그 일에만 집중하고
그 일을 끝까지 해내자.
그럼 사람들은 당신이 해낸 일을 관찰하며
자신이 찾은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 줄 것이다.
일을 해내는 건 끝까지 실천하는 자의 몫이고
그 일의 의미를 찾는 건 지켜보는 자의 몫이다.
너무 많은 생각은 고민으로 굳어질 뿐이다.
그저 나의 일에 몰입하면, 의미는 세상이 알아서 찾아 준다.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