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글쓰기 역시 훔쳐보기의 일환이다.
몰래카메라, 하면 뭐가 생각나?
기억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낯선 사람도 있겠지.
개그맨 이경규가 만든 전설.
누군가를 속이고, 반응을 지켜보는 그 오묘한 히 마음이 쿡쿡 찔렸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심리로 훔쳐보는 시선.
그러면서도 상상했어.
‘나였으면 어땠을까?’
결국, 남의 반응을 훔쳐보며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거야.
요즘 인기 있는 리얼리티 예능도 비슷해.
누군가의 진심이 툭, 흘러나오는 순간.
그걸 우리는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해.
아이들이 우는 모습,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눈빛.
그걸 보면서 나도 따라 웃고, 울고.
말하자면 우리는
‘훔쳐보는 걸 또 훔쳐보는’ 중이야.
글도 그렇지 않을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늘 뭔가를 엿본다.
길거리 대화, 카페 구석 수군거림,
지하철에서 눈 마주친 낯선 사람.
그들의 표정, 말투, 분위기.
훔쳐보고, 자신의 문장으로 굴려 쓴다.
때론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기도
비밀스럽고, 조용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마음 깊은 곳이 삐삐 빅~ 하고 울리는 느낌.
글쓰기는 어쩌면
‘내가 훔친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몰래 보여주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하는 거다.
베끼고, 따라 쓰고, 읽고 또 읽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남의 시선 너머에서 내 시야가 피어난다.
훔치고, 품고, 흘리고.
그렇게 나만의 문장이 된다.
나는 가끔 상상해 본다
누군가가 내 글을 훔쳐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웃고 있을까? 아니면 울고 있을까?
아니면 모호함을 생각할까?
그 상상이 나를 긴장하게 해.
남의 창문을 몰래 들여다보는 거지
거기 비친 내 얼굴을 마주하는 것처럼.
나도 저기 있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생각해 보면
세상의 모든 이들이 훔쳐보며 살아.
SNS, 사람들의 말투, 사진, 표정.
그 안에서 나를 찾고,
자극받고, 위로받고.
그러니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좀 더 정교하게, 좀 더 예의 있게 표현하며
진심을 담아 훔쳐보자.
그게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툭, 건드리는 이야기로 남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