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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 씩입니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을 찾아도 숭늉은 없다.

by 마이진e

요즘 나는 '꾸준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빨리빨리 결과를 내야 하는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건

마치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진짜 단단한 힘은 ‘하루씩 꾸준히’ 살아가는 데서 온다는 걸.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읽다가 마음이 멈췄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 씩입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맞다, 나는 자주 조급해진다.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질까?”

“좀 더 빠르게,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수록 나는 방향을 잃고 리듬이 깨졌다.


내가 배운 건 하나다.

하루를 해치우려 하면 오히려 그 하루도 잃는다는 것.

이틀, 사흘을 몰아서 하려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하루씩’만 하자.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 부족해도, 조금 못해도

그 하루를 지켜낸 나를 믿으며 가기로


솔직히 말하면, 나도 어떤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띄게 성장한 내가 있기를.

하지만 하루키의 말처럼,

‘뭔가’가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것.

그것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라는 걸 깨달았다.

리듬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일이 생기고, 컨디션이 안 좋고,

가끔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묻는다.

“오늘 하루,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을까?”


길게 아니어도 된다.

5분이라도, 한 줄이라도,

하루의 리듬을 잇는 작은 실을 붙잡는다.


하루를 지켜내는 일이

곧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란 걸 요즘 깨닫는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성과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

그 하루가 모이면,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뭔가’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삶은 하루의 합이라는 걸.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삶은

묵묵히,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의 것이다.

빠르지는 않아도, 흔들려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걸 믿는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나만의 리듬을 지켜낸다.

크게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하루씩.

이렇게 사는 나를, 나는 조금씩 좋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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