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도 모방이 필요할까

by 마이진e

욕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던 손이 생각났다.

“나는 지금의 나를 꾸미는 걸까, 보일 나를 관리하는 걸까.”

이 질문이 이현정 교수의 책을 읽고 난 뒤,

낯섦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화장에 대한 생각도 낯설어지고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이 책은 내 욕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욕망이 어떻게 나를 타인에게 팔아왔는지를 되묻는다.


현대의 우리는 나의 ‘몸’마저도 타인의 시선에 맞춰 소비한다.

건강을 위함이라며 체형을 관리하지만,

그 바닥에는 ‘야리야리함’, ‘슬림함’, ‘탄탄함’ 같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미의 기준이 그 이면에 존재한다.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 보이는 ‘상품’이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SNS 속 내 사진은 어떤 각도에서 제일 예쁜지,

어떤 필터가 나를 더 ‘날씬하게’ 보이게 할지 고민하는 등

동 실제의 자신의 모습과 점점 멀어져 있었다.


책은 단호하게 묻는다.

그 몸, 누구를 위해 가꾸는가.



또 하나 마음 깊이 박혔던 부분은,

정상가족이라는 말의 묘한 이질감이다.

‘맞벌이 부부, 자녀 둘, 자기 집, 안정된 직장’

이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포장을 두르고

수많은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왜 불완전한 존재가 되는가.

아이는 왜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

가족이라는 단어 속에서 여성은 왜 늘 ‘양육자’로만 회자되는가.


정상이라는 말은 누군가를 비정상이라 부를 때만 유효하지 않나

젠더 이슈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예쁨’, 남성에게 주입되는 ‘강함’,

이 모든 젠더 역할은 우리를 기계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채, 사회가 정해놓은 표정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

교수는 이것을 “타인 지향적 삶”이라 부른다.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부 기준에 의해 설계된 삶.

남이 좋다고 하면 좋다고 믿고, 남이 옳다 하면 그대로 따르며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은 편안할 수는 있어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책은 말한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 멈춰, 그 욕망을 의심할 수 있다."라고.

내가 입고 있는 옷, 내가 꾸미는 얼굴,

내가 쫓는 삶의 경로.

이 모든 것이 정말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젠 자주 물어야 한다.


타인 지향적 삶과의 이별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그저 매일 한 걸음씩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해

성실하게 걸어가는 일이다.


그 길 끝에서, 비로소 내 얼굴을 한 욕망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건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삶의 내용물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