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일인의 사랑』을 읽어 볼까요?

막스뮐러의 연서 있는 그대로의 사랑

by 마이진e


"Why do you love me?" said she, gently,

as if she must still delay the moment of decision.


"Why, Marie? Ask the child why it is born;

ask the flowe why it blossom; ask the sun why it shines.

I love you because I must love you."


<Memories: A Story of German Love> By Max Muller.



" 왜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마치 결정의 순간을 더 미뤄야만 하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고요, 마리? 아이에게 왜 태어났는지 물어보세요.

꽃에게 왜 피는지 물어보세요. 태양에게 왜 빛나는지 물어보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예요."

막스 뮐러가 지었다는 <독일인의 사랑>의 한 구절이다.




이유 없이 피어나는 마음에 대하여



“왜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마치 결정의 순간을 더 미뤄야만 하는 것처럼,

숨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고요, 마리? 아이에게 왜 태어났는지 물어보세요.

꽃에게 왜 피는지 물어보세요.

태양에게 왜 빛나는지 물어보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예요.”

고전 명작 필사를 진행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문장이다.



필사를 하며 내 마음 한쪽에 스며 들어온다.

무엇 때문일까.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책이라고 했다.

막스 뮐러라는 독일 출신의 학자가 쓴 이야기라고 한다.

사랑 이야기를 담은 산문이자 한 편의 편지 같다고.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구절 하나만으로도

책의 온도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왜’라는 질문이 너무 많다.

왜 사랑하냐고 묻고,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라고 하고,

왜 계속 함께해야 하는지 증명해야 하는 관계들.




사랑이 감정이 아닌 논리처럼 변해간 느낌이다.

고전이라서 그럴까 이 문장은 좀 색다르다.


사랑은 이유가 아니라, 그냥 사랑인 것이라고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는 데도

어쩌면 이렇게 설득력이 있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꽃에게 이유를 묻지 않듯,

햇살에게 조건을 묻지 않듯.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예요.



이 말은, 단순한 듯하지만 여운이 진하다.

마치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같기도 하고

오래된 시 한 편 같기도 하고,

내 손을 꼭 잡아주던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하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저 이 한 문장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오래 머문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때,

그저 ‘그래서’라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나에게,

이 책이 내게 다가온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서치한 바에 따르면 이렇다.

한 청년이 병약한 여인 마리를 만나

순수하고 고요한 사랑을 나눈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에게 커다란 변화를 주고,

이 사랑은 단지 설렘이나 감정 이상의 의미가 되어간다.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고,

삶을 더 따뜻하게 품게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

그 점이 참 좋다.



세상은 언제나 빠르게 움직이고,

관계도 자주 닳고 마모된다.



이런 문장 하나는 그런 현실에서의

균형을 잡아주는 힘이 솟는듯하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

그리고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이유.

그 모든 걸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아마 진짜라는 뜻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가급적 단풍이 물들어

가는 늦가을 날에 조용히 펼쳐보고 싶어진다


이유 없이 시작된 감정에

조금은 이유를 찾아주고 싶어서.

우선은 오디오북으로 맛보기를 해 본다.



『독일인의 사랑』,

이제야 내 책장 한편으로 데려오려 한다.

오늘의 이 한 문장이 내 마음 한구석에 오래오래 머무르기를 바라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런치 7수 합격 후 4만 조회수 달성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