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한국사 그 이야기 속으로
여태껏 한국사를 ‘두꺼운 족보책’처럼 여겼다.
이름도 어려웠고, 연도는 더더욱 매정하게도 기억도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최태성 교수님의 『최소한의 한국사』는
첫 장부터 수월하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
단군을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라는 말이 처음으로 울린 순간’으로 들려주신다.
한 문단, 한 문단이 짧은 숨결처럼 이어지고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고구려 평양성 성벽 위에 서 있고,
신라의 첨성대를 보며 별자리를 세는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방송에서 보여준 명쾌한 수업의 연장일지도 모른다.
광개토 대왕이 장수왕에게 바통을 넘기듯,
책 속 서사는 굵직굵직하게 시대를 넘어선다.
서서히 책장을 넘겨가면 금속 활자가 반짝였고,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나타난다.
“백성이 말하는 소리를 글자로.”
그 한마디가 참 뭉클하기만 하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일반인으로서는 헤아릴수 조차 없는 생각의 크기
문자란 평등의 다른 이름이란걸, 책 속에서 알려 준다.
임진왜란을 다룬 장에선 명량의 회오리가
영화에서처럼 상상력으로 나에게 커다란 물보라를 튕겨준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 장면들이 더더욱 생생하게 기억으로.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거친 파도 위 이순신의 “아직도 열두 척이 있다"
라는 외침이 귓불을 때려댄다.
그 외침이 1894년 갑오개혁의 새벽으로,
다시 1919년 탑골공원의 만세 함성으로,
그리고 1987년 명동성당의 촛불로 이어진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위에, 우리의 5천 년 역사의 이야기는
사뭇 피와 한숨과 눈물이 또렷이 보인다.
역사 공부는 과거를 ‘암기’하는 게 아니라,
과거를 데리고 ‘현재’를 걷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교수님은 사건마다 ‘왜’를 먼저 물었다.
“왜 삼국은 끝내 통일을 원했을까?”
“왜 세종은 쉬운 글자를 만들었을까?”
덕분에 연도와 이름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두려움·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보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관계에서 파생되는 사건들
결국 부족, 지배계급, 국가라는 상황으로
역사는 그야말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의 이야기 였다.
“민주주의는 끝난 역사가 아니라, 오늘도 진행형이다.”
얼마 전의 일들이 다시 소환된다.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몇 달 동안을 거리에서 투쟁하던 사람들.
그 결과로 우리는 새로운 리더를 만나게 되었다.
휴대폰 화면 속 뉴스들, 투표소 앞의 줄. 모두 우리의 역사다.
후대에 이어질 우리의 기록.
오늘도 역사는 이어져 간다.
읽고 난 뒤, 나의 3가지 생각
역사책을 ‘완독’에서 멈추지 않고, 완생(完生)으로 잇기.
거창하지 않지만 내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기록해 보기.
역사 속 질문을 오늘의 질문으로 가져와 “지금, 나는 왜?”를 질문하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마음 한편에 바람이 불었다.
역사는 ‘저만치 먼 과거’ 가 아닌, ‘이 순간의 나’가 되어 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아니 나의 하루도 역사다.
그리고 나는, 그 역사 속 ‘우리’라는 두 글자를 더욱 감사하게 선명하게
그리며 살아가야 함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