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가 묻는 우리 사회의 민낯
가난은 운명일까, 구조일까.
책은 집요하게 묻는다.
어쩌다 그 나라만 가난하게 남았는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닌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번영할 수 있는가.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말한다.
국가의 몰락은 자연재해도, 민족성도, 운도 아니다.
그 나라가
‘포용적인 제도’를 갖췄는지, ‘착취적인 제도’에 머물렀는지가 갈림길이었다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들고,
국민을 배제한 채 부를 독점할 때,
국가는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실패한다.
멕시코의 과나후아토, 페루의 인디언 공동체,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오래전부터 있었던 구조적 불평등은
오늘날까지도 그 사회를 붙잡고 있다.
그 나라의 국민들은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그들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실패한 것이다.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뉴스에서 보던 수많은 장면들이 지나간다.
기회의 사다리가 걷어차인 청년들, 부동산과 권력의 결탁,
불공정에 익숙해져가는 사람들.
한국의 이야기가 아닌 줄 알았던 책의 내용이
마치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나라가 왜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은근하게 짚어준다.
그렇다면, 성공한 나라는 왜 성공한 것일까.
그들은 국민에게 기회를 줬고, 법은 권력을 감시했고,
경제는 과도한 부를 지닌 엘리트들의이 아닌 혁신가의 손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설계되어 있었다.
이 점에서 가장 강력한 통찰은,
좋은 국가란 위대한 영웅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시민이 ‘포용적인 구조’를 만들어가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말한다.
한 번 포용적인 체제가 형성되면
그것이 또 다른 포용성을 불러온다고.
그러니,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원천적인 문제점을
누구의 이익을 위한 구조인가?
이 시스템은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고 있는가?
나라는 쉽게 실패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천천히 실패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성공은 곧바로 보이지 않지만
실패는 조용히 번져 스며든다.
그 조용한 실패가 어느 날 내 삶에도 찾아오기 전에
우리는 구조를 물어 볼줄 알아야 한다
.
그리고,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