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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Feb 09. 2022

설득-설득하기와 설득 안 당하기

 설득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믿게 한다. 납득시킨다’라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즉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설득의 기술이 가장 실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 세일즈 분야입니다. 자신이 팔고 있는 것이 지불할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라고 믿게 하는 것, 눈앞의 물건을 살 필요가 있다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세일즈맨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설득을 연구하기 훨씬 전부터 방문판매나 유인 판매(Catch Sales: 설문 조사, 사은품 제공 따위를 빙자하여 소비자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상품을 파는 방식)와 같은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판매의 비결 즉 설득의 테크닉을 발견하여 계승하고 연마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것의 대부분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대외비’로서 취급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심리학 관점에서 분석 검토되고 있습니다.(소비자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Commitment (관여, 약속, 서약 등)의 힘


 설득의 테크닉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일반 소비자 상대의 비교적 단가가 높은 상품을 파는 부동산이나 자동차 업계입니다. 일반 소비자는 설득의 테크닉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상대방이 악덕업자인 경우 봉이 되고 말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일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주택구입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가격이 비슷한 A건설과 B건설를 비교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선 모델하우스들 둘러보았는데 A건설에서는 모델하우스 방문 기념으로 여러분 부부와 자녀에게 신발을 한 켤레씩 증정했습니다. B건설에서는 인테리어와 구조가 마음에 들었지만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어떤 것을 살까요?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A건설을 선택하게 됩니다. ‘어라! B건설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왜?’라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 행동은 A건설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신발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신발 4켤레 값과 주택의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이 큰 차이가 나지만 무언가 받았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예인가요? 구입대상을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사람은 이러한 작은 발판, 실마리로부터 A건설의 판매원에게 Commitment를 느껴 호의를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다음에 전화가 왔을 때는 B건설보다 A건설의 판매원의 이야기를 더 잘 듣게 되는 태도가 형성되어 최종적으로는 권유받은 대로 A건설을 사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작은 실마리를 발판으로 해서 큰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설득 방법을 ‘문안에 발들여 놓기’, ‘단계적 요청법(Foot In The Door Technique)’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세일즈맨이 예약 없이 방문판매를 할 때 우선 열린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에서부터 나온 말입니다.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말았다’라고 하는 실마리 때문에 정말 들을 생각이 없었던 상품 설명을 듣고 말았고 나아가 물건을 사게 되었다라고 하는 고전적인 테크닉입니다.

[이 매거진의 다른 글[Door in the Face(DITF) Foot-in-the-door(FITD)] 참조]



설득에 사용되는 인간사회의 원칙


심리학자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설득에 활용되는 사회적 영향력을 6가지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습니다.

1.     상호성(Reciprocity)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 혜택을 받으면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한다는 원칙. 처음에는 무언가 사소한 것일 지라도 보답은 어울리지 않게 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관여와 일관성(Commitment and Consistency)

무언가에 관여되었거나 시작했을 경우 마지막까지 그것에 계속 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 도중에 잘 못되었다고 알아채더라도 멈추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자신의 행동이 적절한가 아닌가, 다른 사람을 참고로 하여 정한다는 원칙. 다른 사람이 잘못하고 있는 경우 모방하다가 같이 잘 못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4.     호감(Liking)

호감을 나타내 주는 사람에게는 호의로 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 상대방의 호의가 일이나 매뉴얼에 의한 것이라도 유효합니다.

5.     권위(Authority)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 전문가, 부자에게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 그러한 권위가 겉보기일 뿐이라고 유효합니다.

6.     희소성(Scarcity)

수가 적으면 그것은 가치가 있다고 하는 원칙. 한정 판매나 한시적 판매라는 것 만으로 수요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영향력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해도 실질적인 힘이 있습니다. 법률처럼 기록되어 있지도 않습니다만 사회 전체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원칙입니다.

 이런 원칙 대부분은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회를 형성하면서 획득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무언가 혜택을 받았을 때 보답을 하지 않거나 호의를 표하는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들만이 존재하는 사회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와 같은 사람들의 집단은 곧 내부 분쟁으로 붕괴되어 버리고 외적에 의한 공격에 이겨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리하여 강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남은 것이 이러한 원칙이라고 생각됩니다.


설득의 테크닉과 사기에의 대응


 이 원칙의 작용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형태로 행하여지는 것이 교육과 영업이라고 불리고, 반사회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세뇌와 사기라고 불립니다.  

 앞의 부동산 구입 예로 이야기하면 아파트를 팔기 위해서 손님에게 신발을 제공하는 것은 관여와 상호성을 이용한 능숙한 영업입니다. 전시용 모델로 쓰고 나서 팔고 남은 물건을 ‘인기 물건이 이제 하나뿐!, 선착순!’이라는 식으로 희소성을 강조한 선전을 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파격적인 가격으로 계약을 한 다음 ‘실은 특수한 냉난방 장치가 필요’ ‘당사가 설정하는 높은 금리의 대출을 연계하지 않으면 안 됨’ 등의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요구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개중에는 악덕업자가 말하는 대로 하고 구입하고 마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계약을 했다’라는 행동을 취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 ‘기분이 나쁘기’때문입니다.


 사기성이 있는 설득에 대항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서 상대방이 이야기할 것 같은 내용을 사전에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하여 반론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반론을 생각하거나 항상 사기성이 있는 세일즈에 대항할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평소부터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관련 지식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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