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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Feb 21. 2022

인간관계, 몇 명이 적절?, 던바(Dunbar)의 수?

던바의 수(Dunbar's number) 근거는 타당한가?

브런치 북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심리 이해하기]의 (14화: 친구의 수로 본 성격과 친구관계) 참조.


 인터넷에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등록되어 있으면 ‘친구’ ‘팔로워’가 점점 늘어납니다. 얼마 안 지나 100명, 200명을 넘어서는 것도 드물지 않습니다. 트위터 등을 하고 있으면 어느 사이에 팔로워 수가 수 천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 친구나 지인을 사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간관계의 최대 인수는 150명?]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인류가 어떻게 언어를 쓸 수 있게 되었는가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150명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현재 이 숫자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불립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저명한 진화생물학 교수 로빈 던바는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할 만한 관점을 제시하며, 《발칙한 진화론》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의 원제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다.


 던바의 수 의미를 간단히 말하자면 ‘얼굴과 이름과 성격을 기억하여 유지할 수 있는 지인의 상한선’입니다. 좀 더 덧붙이면 ‘A는 B와 사이가 좋지만 C와는 사이가 나쁘다’ ‘D에게 뒤통수를 맞을까 두렵다’ ‘E에게 무언가 부탁을 하면 F와 같이 도와준다’ 등 인간관계를 파악하여 유지할 수 있는 최대의 인원수는 150명이라는 것입니다. 신입이라면 조기에 친구를 100명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200명은 어려울 것입니다. 


[원숭이는 털 고르기, 인간은 수다 떨기]


 던바는 인간에 가까운 영장류를 관찰하여 그들이 많은 시간을 서로 털 고르기 하는데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흔히 ‘원숭이의 이 잡기’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서로 가려운 등을 긁어 주는 것이 아니라 접촉하는 것으로 ‘적의가 없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던바는 이 털 고르기의 시간은 인류와 거리가 먼, 사회성이 낮은 원숭이는 적고, 복잡한 사회를 만드는 유인원(침팬지 등)에는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장류를 관찰한 결과, 털 고르기의 시간은 하루의 20%를 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의 시간은 수면, 식사, 이동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편, 뇌에서 사회적인 행동을 담당하는 대뇌신피질의 크기로 추정해 보면 인간의 경우 하루 40%를 쓸 수 있다고 추정됩니다. 털이 없는 원숭이인 인간의 ‘털 고르기’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던바는 ‘인간에게 털 고르기는 언어이다, 말을 바꾸면 서로에 대한 가십(gossip)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서로에 대하여 상대나 제삼자가 어떤 인간이고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정보 교환함으로써 다른 유인원보다도 대규모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수다 떨기에 의해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하여 정보를 얻고, 무엇을 좋아해서 무엇을 해주면 기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에 의해 인간은 최대 150명이라는 지인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원숭이에서 진화해 온 인간의 언어능력과 지능을 다른 말로는 마키아벨리(Machiavelli)적 지성(가설)- 자신의 이익 추구 및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150명 이상을 통괄하는 장치-조직]


 그럼 지인의 수가 150명을 넘는 경우 어떻게 될까요? 앞서 거론했던 SNS에서는 아무래도 지인이 너무 늘어나서 누가 누군지 모르게 되고 말아 결국은 친구를 늘릴 수 없고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예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근대에 들어 공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장치나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고안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군대를 규범으로 한 계층형(hierarchy) 조직입니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1세는 근대 군대조직을 확립했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지휘관이 복수의 사단을 지휘하고, 사단은 몇 개의 여단으로, 여단은 몇 개의 연대로, 연대는 몇 개의 대대로 구성되는 형태입니다. 한 사람의 지휘관은 전군의 규모가 수만수십만이 달하더라도 직접으로는 십 수명의 장군만 지휘하면 전군을 통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계층형 조직의 구조는 던바 수의 벽을 넘어 많은 ‘얼굴도 이름도 성격도 모르는’ 인간을 ‘털 고르기’없이 상호 관리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도 거의 모든 회사나 공공조직에서 본부/부/과/계 등 계층별 조직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이 구조의 유효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계층별 조직은 약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던바의 수를 초과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지식의 일부(암묵지라고 불리는 경험적인 부분)가 전해지기 어렵다고 지적됩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근년에는 조직 안에 실천 커뮤니티(CoP, Community of Practice)라고 불리는 계층형 조직의 벽을 허문, 집단 만들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직장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회나 이벤트 등을 계속적으로 행함으로써 직능이나 전문분야를 넘어서 업무 관련 지식을 공유하자고 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또 프리 어드레스(Free Address)라고 불리는 자유석제 오피스도 계층별 조직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출근해서도 지신의 좌석은 정해져 있지 않고 카페와 같은 테이블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다른 부서의 사람이나 사장과 허물없이 업무를 보는 이미지입니다. (디지털 노매드 현상의 한 단편)


던바의 수: 근거 있다? 없다?

 더 나아가 던바의 수 상한선인 150명에 대해서는 그 타당성에 대하여 논의되고 있습니다. ‘1,000명 정도까지는 알 수 있다’라는 설이나 ‘15명 정도가 한계’라는 설까지 다양합니다. 나아가 그 존재 자체에 부정적인 설도 있으므로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하나의 어림수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의 파트리크 린덴포스(Patrik Lindenfors) 교수팀은 2021년 5월 5일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Biology Letters에 게재한 논문에서 던바의 수(Dunbar’s number)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영장류 두뇌의 신피질 양과 집단 그룹 크기 관계를 몇 가지 다른 통계법으로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추정 방법과 변수 선택에 따라 2~3명에서 500명이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장류 그룹의 크기는 뇌 신피질의 크기가 아닌 포식, 양육, 성적 선택 등 사회 생태학적 요소와 문화, 관행, 사회적 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영장류의 신피질의 크기에 따른 인지적 한계를 근거로 던바의 수(인간의 경우 150명)와 같은 고정된 집단 규모의 크기를 명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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