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속담은 옛날이야기? 요즘은 얼굴 성형으로 변신하거나 꽃미남이라는 유행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주얼을 강조하는 정보가 점점 더 유행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종 면접에서 이미지나 인상 등을 좋게 하기 위한 세미나, 관련 도서가 많이 있고 그 중요성의 근거로서 ‘메라비언 법칙’을 심리학적 이론으로 들기도 합니다. 이 법칙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에 출간한 저서 [Silent Messages}에 발표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MediaTrainingCompany, 2021. 11. 23.
메시지의 전체 효과=시각 이미지(55%)+청각정보(38%)+언어(7%)
[시각 이미지는 자세·용모와 복장·제스처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말하며, 청각은 목소리의 톤이나 음색(音色)처럼 언어의 품질을 말하고, 언어는 말의 내용을 말한다.]
이것을 보고 ‘말은 7% 밖에 영향력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비즈니스 매너 교육에서도 의사소통의 주역은 말이 아니다 라는 근거로서 이 법칙을 끌어들여 바디랭귀지나 자세, 용모 등에 중점을 두고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메라비언의 법칙의 원래 의미는 다릅니다.
[잘못된 해석의 이면]
실험 참가자에게 ‘호의’ ‘중립’ ‘혐오’의 세 종류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 주면서 ‘maybe’라는 한 단어를 ‘호의’ ‘중립’ ‘혐오’의 세 종류 음질(목소리의 톤이나 음색(音色))로 들려주었습니다. 그중에는 호의의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음질은 혐오인 조합도 있었습니다. 실은 이렇게 뒤죽박죽 된 조합이 실험의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실험 참가자에게는 그것들을 보고 들었을 때의 인상을 적어내게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인상은 음질보다도 표정에 강한 영향을 받았고 그 비율은 3:2 였습니다. 또 별도의 실험에서 얼굴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좋은 뉘앙스의 단어(예: thanks), 중립어(예: maybe), 나쁜 뉘앙스의 단어(예: don’t)와 세 종류의 음질을 조합하여 실험 참가자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이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실험 참가자들은 음질에 따른 인상을 적어 냈습니다.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종합한 것이 메라비언의 법칙입니다. 즉 메라비언이 조사했던 것은 감정이나 태도가 표정, 음질, 단어 사이에서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느 측면의 감정이나 태도를 인상으로서 받아들이는가 였습니다. 예를 들면 ‘화났다!’라고 말하면서 웃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 사람은 화내고 있지 않다’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이것은 말 보다도 표정으로 나타내는 감정이나 태도를 우선하여 판단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처럼 원래 메라비언의 법칙은 표정, 음성, 말의 내용으로 나타내는 태도가 서러 상충될 때 감정이나 태도의 인상이 어떤 요소에 영향을 받기 쉬운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감정이나 태도에 한정된다]
메라비언의 실험을 몰라도 ‘말은 7%밖에 영향력이 없다’ 즉 ‘표정과 음질로 93%의 메시지가 전달된다’라는 해석이 맞다고 가정해 보면 금세 이 해석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 오후 2시에 서울역 중앙 계단에서 모이자’ ‘두 번 일어난 일은 세 번 있다’ ‘X+Y=Z’이라는 메시지를 표정과 음질만으로 전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것처럼 무언가의 대상이나 상황에 관하여 전하려고 할 경우 표정이나 음질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실제 메라비언도 자신의 저서에서 ‘표정이나 음질은 말과 비교해서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정이나 태도에 한정된 것이고 말로 나타내지 못하는 표현 쪽이 항상 말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라고 주의를 첨부하였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의 진실을 소홀히 하고 잘못된 인용을 하는 데다가 실험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던 차림새나 바디랭귀지를 마음대로 갖다 붙이는 매너 강좌는 명백히 매너 위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것을 종합하면 [메시지의 전체 효과=시각 이미지(55%)+청각정보(38%)+언어(7%)]는 메시지의 전체 효과가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감정의 정보 소스(source)’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것입니다.
[실제 이 법칙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실험적 팩트에 근거한 메라비언의 법칙은 특히 감정과 관련된 의사소통 장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상사로부터 지시에 대하여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더라도 ‘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표정이나 음질이라면 상사는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또 비난을 듣고 있을 때 화를 내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표정이나 음성을 나타내지 않으면 화가 난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화난 표정이나 음성을 의도적으로 억누르고 화를 냈다고 하면 부하에게 ‘자상한 상사’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몸가짐에 의해 인상을 좋게 하는 방법과는 달리 보다 직접적으로 인격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주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이렇게 ‘팩트’에 기반한 메라비언의 법칙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사회적 스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