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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Feb 22. 2022

사회적 추론(社会的推論,social inference)

주요 관련 용어: 인지적 구두쇠, 휴리스틱, 편향

이 글은 [브런치북]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심리 이해하기 (brunch.co.kr)에 이어서 후속 브런치북[대인관계 심리탐구]에 담을 것들 중 하나입니다.

제 2부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
2.1 사회적 인지와 대인 지각 (brunch.co.kr)
2.2 인상형성-사전 정보 효과, 암묵적 성격, 화장과 복장 (brunch.co.kr)
2.3 매력과 호감 (brunch.co.kr)
2.4 귀인과 귀인 편향 (brunch.co.kr)
2.5 사회적 추론(社会的推論,social inference) (brunch.co.kr)

 



 기지(旣知)의 전제로부터 미지(未知)의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을 보통 추론추론(推論, inference)이라고 합니다. 그 대상이 사람에 관련된 사회적인 것일 때 사회적 추론이라고 합니다. 뉴스에 등장할 만한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하여도 추론을 합니다만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추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주변 사람입니다. 중요한 타자의 일시적 감정상태와 신념, 자신에 대한 관점과 대화의 배후 의도 등이 주된 추론의 대상입니다. 또 자기 자신도 주요한 추론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의 현재 만이 아니라 미래의 자기는 특히 중요한 추론의 대상입니다.


  사회적 추론은 대상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이끌어 내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심리과정입니다.  사람은 적응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 사고와 추론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사회적 추론도 내집단 구성원과의 생활을 적절하게 해 나가기 위해서 획득하고 동료를 잘 이해하고 신뢰하기 위해서 동원되었을 것입니다.


[추론의 절약성]


 사회적 추론 연구는 인간을 직관적 심리학자에 비유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인간의 추론 행위에 대한 관점은 규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학자의 측면보다도 간편하고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의 측면이 강조돼 왔습니다. 트베르스키와 카네만(Tversky, A. &  Kahneman, D.)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직관적 방략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하고 몇 가지 종류의 존재를 밝혔습니다.


 심리현상 인지오류 편향 관련 용어 매거진 (brunch.co.kr)의 휴리스틱과 알고리즘 (brunch.co.kr) 참조 

 

먼저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은 대상이 속해 있는 카테고리를 추론할 때 그 대상이 어느 정도 카테고리를 대표하고 있는가(또는 카테고리의 본질적 특징과 닮아있는가)를 단서로 하는 방략입니다.

 또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떠오르는 사례의 수가 많은 것을 단서로 하여 평가나 판단을 하는 방략입니다. 그리고 사례 수만이 아니라 사례를 생각하기 용이함(검색 용이성)이라는 주관적 경험도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닻 내림과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heuristic)은 기준점을 정해서 거기서부터 조정을 해 나감으로써 최종적인 추측치를 구하는 방략입니다. 그러나 조정을 하는 데는 인지 자원이 필요하고 대부분 불충분한 상태로 끝나 최초의 기준점에 가까운 추정이 행해지기 쉽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적 구두쇠로서 인간은 사회적 스키마(schema) 등 기존의 지식체계를 주어진 전제로 하여 추론하는 일이 많습니다. 스테레오타입(stereotype) 판단이 대표적인데 속해 있는 카테고리 정보에 기초하여 특정의 개인 특징을 추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주어진 전제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 어느 측면에서 보는가에 따라 선호와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합니다.

 일상의 행동을 자기 제어할 때도 이익을 획득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는 경우(촉진 초점, promotion focus)와 손실을 회피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는 경우(예방 초점, prevention focus)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논리적 추론에는 개별 사례에서 일반 규칙을 찾아나가는 귀납과 일반원리에서 개별 규칙을 찾아 나기는 연역으로 구분합니다. 어떤 집단의 다수를 관찰함으로써 그 집단 구성원에 공통된 특징을 발견한다는 스테레오타입 형성은 귀납 추론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빈도가 적은 정보는 눈에 띄기 쉽고 이용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소수파 집단과 사회적으로 빈도가 적은(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경향을 잘못 관련 짖기 쉽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어떤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는 연역 추론에 있어서는 그 가설에 들어맞는 증거를 찾아 나서기 쉽다고 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우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내향적이다’라고 들으면 내향적인 측면에만 주의를 기울여 외향적 향동을 무시하거나 외향적인 면은 외적 요인에 귀인 해 버리고 최초의 내향적이라는 생각을 유지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정보를 들여다 보고 엄밀히 살피기보다 간편한 방법을 사용하여 가볍게 결론을 도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의 절약성은 많은 일상 상황에서는 적적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가성비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을 것입니다. 기거렌저(Gigerenzer, G.)는 ‘재인(再認) 휴리스틱(recognition heuristic : 들은 적이 있는 대상이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 등을 예로 들며 휴리스틱이 초래하는 편향보다도 그 적응적 가치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자기와 타자의 추론과 편향]


 그렇지만 추론에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자기와 타자에 관계된 추론에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하고 하는 재귀성이나 메타 차원의 추론도 있어서 많은 인지 자원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카네만(Daniel Kahneman) 등은 시뮬레이션 휴리스틱(simulation heuristic) -과거에 발생한 특정 사건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마음속에 떠올려 그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을 거론하면서 인간은 상상하기 쉬운 사례를 단서로 하여 판단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휴리스틱에는 ‘만약…였다면’라고 현실에 반하는 가상의 사건을 생각하는 반사실적 사고(사후 가정적 사고, counterfactual thinking)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는 ‘만약 … 했다면 우승’이라고 상방 비교를 하여 후회하기 쉽고, ‘만약 … 했다면 메달을 따지 못했다’라고 하방으로 반사실적 사고를 하여 더욱 기뻐하는 동메달리스트보다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적 자기와 실제적 자기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반사실적 사고이고 이상적 자기와 비교함으로써 실제적 자기가 평가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타자와 자기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고 있는가에 신경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자의 평가를 추론하는 것은 어렵고 종종 편향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는 자신의 행위나 외모가 실제 이상으로 타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향입니다. 또 자신의 내면이 타자에게 드러나 있다고 실제 이상으로 느끼는 투명성의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이라는 현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면접 장면에서 자신이 긴장하고 있을 때 그 긴장상태를 면졉관이 간파하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자신이 말한 것은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나 투명성 착각은 자신과 타자에 관한 추론에 있어서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편향(egocentric bias)을 나타낸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 중심성(egocentrism)이라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나 과거 등의 정보를 자신만이 가지고 있고 그것에 근거하여 추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인지적 의미에서의 자기 중심성이지만 실제 커뮤니케이션 장면에 있어서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거리가 어지거나 갈등을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추론은 그 대상과 대상의 특정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 쉽습니다. 또 미래의 사건을 상정하여 자신의 감정 반응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그때 사건을 둘러싼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사건의 좋고 나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실제보다도 미래 사건이 나에게 미칠 영향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과도하게 추론하고 강한 감정을 예측한다고 하는 충격 편향(impact bias)도 일어나기 쉽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자기중심적 편향도 자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기반한 편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보다 동기적 의미에서 자기를 우선하는 경향도 사회적 추론으로 인정됩니다. 귀인 연구에서 자기 봉사적 편향으로 불리는 현상은 자기 고양 동기(높은 자기 평가를 획득하여 유지하는 욕구)가 사회적 인지와 추론에 미치는 영향으로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긍정적 환상(positive illusion)- 사람들이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으로 유리한 태도 -이라고 알려진 일련의 현상은 자기를 긍정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촉진하는 것을 말하지만 이것도 자기 고양 동기에 기반한 추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긍정적 환상의 하나인 통제력의 착각(Illusion of control)은 통제 불가능한 사건들을 자신의 통제하에 있다고 지각하거나 실제보다 더 통제 가능하다고 지각하는 것입니다. 또 비현실적 낙관성(unrealistic optimism)은 자신의 미래 운명을 생각할 때 행운이 일어날 확률은 지나치게 높게,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현상입니다.


 긍정적 환상은 그 정도가 지나치게 강하면 건강에 나쁘고, 대인관계에서 과도하게 자기 고양을 나타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역경에 맞서거나 역경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자신감과 낙관성이 필요하고 동료가 자신을 인정하도록 해 주기도 합니다. 사회적 추론에는 다양한 편향이 있고 이것을 이해하고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지만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인간의 인지 활동 중 추론에 관한 개요를 설명한 글입니다. 따라서 많은 용어가 등장하는데 그 하나 하나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만약 상세한 설명을 추가하면 글의 길이도 길어지고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 cognitive psychology) 교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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