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멈춰버린 질주, 무너지는 성벽

by 데미안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예상보다 길었고, 깊었다.

한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은

끝없이 이어졌고,


내 삶은 물론 내가 이끄는 보험 영업 조직까지 서서히 잠식해갔다.

불안감은 이제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대면 채널 세일즈의 사실상

불가하였다.


우리는 사람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관계를 쌓아 계약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패 뒤에 숨은

고객들을 만날 방법은 요원했다.

온라인 전환을 서두르고 화상 영업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은 역부족이었다.

화면 너머의 고객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고,

대화는 진전되기 어려웠다. 고양이 털 붙은 옷을

신경 쓰지 않고 그녀에게 솔직한 나를 보여주며 관계를 쌓았던 것처럼, 대면은 단순히 계약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는데,

그 핵심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신규 계약은 씨가 말랐고, 기존 고객들의 보험 해지 요청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직장인들은 해고당하고,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앉아 가게 문을 닫는 소식이 매일 들려왔다. 힘들게 모았던 보험료를 해지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지만,

내 손으로 키워 온 조직의 매출 그래프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는 건 고통스러웠다.

더 큰 문제는 팀원들의 이탈이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보자고 독려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지점장님, 더는 못 버티겠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명씩 찾아와 미안한 얼굴로 퇴사를 이야기하더니,

어느새 사무실의 빈자리는 늘어만 갔다.

함께 땀 흘리며 이 조직을 키워왔던 동료들이었기에 그들의 이탈은 내 가슴을 찢어 놓는 듯했다.

불안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30대 초중반의 나에게 이러한 상황은 난생처음 겪는 재난과 같았다. 승승장구하며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추락'의 경험. 빠르게 성공 가도를 달려왔던 만큼, 위기 상황에 대한 경험은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과거의 연애에서 서툰 감정 표현으로 관계를 망쳤던 것처럼,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오직 앞으로만 달려가던 관성은 멈춰 버렸고, 나는 허공에 발을 헛디딘 채 낙하하는 기분이었다.


며칠 밤낮을 고민하고, 잠 못 이루며 씨름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본사에 연락을 취했다.

본사와의 협의 끝에, 내가 5년간 일구어 왔던 보험

지점의 폐점을 결정했다.


'이 길이 과연 옳은 걸까?'라는 불안감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내가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실패'가, 결국 가장 큰 형태로 나를 찾아온 것이다.

코코가 내게 가져다준 평화와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배운 성숙함은, 개인적인 삶에서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달랐다.

나는 내 부족한 경험과 나를 둘러싼 예측 불가능한 세상의 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쌓아 올렸던 성벽이, 가장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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