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길을 찾다

by 데미안

지점 폐점을 결정하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내 세상은 멈춰버린 듯했다.


30대 초반에 맛본 성공의 단맛은 한순간에 씁쓸한

패배감으로 변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내 처지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사무실의 빈자리를 보며 아파했던 마음은,

이제 내 삶의 빈자리를 마주하는 고통으로 바뀌었다. 코코의 따뜻한 온기, 그녀와의 평화로운 시간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나는 실패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상황에 대처할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나 때문이었을까?


분명 열심히 달렸고, 누구보다 빠르게 성과를 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 질주가 결국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건 아닌지, 뼈아픈 회한이 밀려왔다.

성공의 속도만큼 추락도 빠를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기어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며칠을 그렇게 방황하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모두가 힘들었을 텐데, 과연 나만 실패했을까?

내가 몸담았던 보험업계는 특히 대면 영업 채널이

중요한 곳이었다.


팬데믹으로 대면 채널이 막힌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악조건이었다.

그런데도 분명히, 어떤 지점들은 매출 하락은커녕 오히려 그 상황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결국 답을 찾기 위해 업계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몇 년 만에 연락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찾아간 나를, 그들은 의외로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망설임 끝에 나의 실패담을 털어놓자, 어떤 선배는 말없이 내 어깨를 토닥였고, 또 다른 선배는 따끔하지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한 선배는 말했다. "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아. 고객과의 관계. 비대면 상황에서도 그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지."


다른 선배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영업 방식을 개척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들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위기 속에서 고객의 필요를 읽고,

그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해지 요청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담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례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매니지먼트 스타일이 미흡"했음을, “실적에 대한 압박만 가해져 신입 및 중간급 구성원의 정서적 유대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나의 부족한 리더십이

실패의 한 원인이었음을.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팀원들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이직과 성과 저하가 가속"되었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민첩한 디지털 전환과 조직 내부 소통이 부재하면 외부 충격 하나만으로도 지점이 무너질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폐점이라는 뼈아픈 경험은 분명 실패였다.

하지만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비로소 그 실패를 똑바로 마주할 용기를 얻었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했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이제는 과거의 관성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였다.

내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한 회고는,

그렇게시작되고 있었다.


데이터기반의 사업운영,

정서적 연결과 유연한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가장 강력한 학습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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