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 주. 매일 아침 전철 문이 열릴 때마다
낯선 공기에 심장이 조금씩 조였다.
부산에서 올라온 지 한 달, 드디어 대기업 첫 출근을
맞았지만 내가 있는 이 빌딩의 1층 로비부터
모든 것이 어색했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가슴팍의 사원증이 아직도
낯설었다.
첫날부터 머릿속은 업무 용어와 사람들 이름으로
소용돌이쳤다.
회의 시간, 상사의 한마디가 날카롭게 꽂혔다.
“이렇게 해서 되겠어요?” 차가운 그 말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발표 자료에서 내가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가 내겐 온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얼굴이 화끈거려 아무 말도 못 하고 꾸벅 인사만 했다. 괜찮다고 웃어 보이려 했지만 입가가 제대로 움직이지않았다.
퇴근 후, 동기들과 함께 근처 호프집에 모였다.
처음 맞는 우리들만의 가벼운 회식이었다.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자 거품 사이로 숨죽였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오늘 부장님한테 혼났어.”
내가 솔직히 털어놓자, 다른 동기들도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실수를 웃음 삼아 풀어냈다.
“나도 첫 주에 서류 엉망으로 써서 혼났지 뭐야.”
“실수 안 하면 신입이 아니지!” 서툰 위로였지만
그 한마디에 가슴 한켠이 녹아내렸다.
2차로 향한 곳은 생애 처음 가보는 클럽이었다.
쿵쿵 울리는 음악과 어둑한 조명 아래, 우리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우리랑 안 어울리는 곳 같다 그렇지?” 한 동기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몸을 맡겼다.
번쩍이는 불빛 속에서 함께 뛰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다 같이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했다. 낯선 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며칠 뒤, 주말에는 첫 소개팅도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는 일이 이렇게 떨리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로 말을 건넸고,
어색함을 감추려 나도 따라 웃었다.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에 잠시 열이 올랐고,
서울에 처음 왔을 때 길을 헤맸던 웃픈 경험담도
나왔다. 낯선 이와 마주 앉아 보낸 한 시간 남짓,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조용히 얼굴을 내밀었다.
설렘 반 두려움 반, 미묘한 감정이 마음 깊숙이
파도를 일으켰다.
그렇게 길고 짧았던 첫 주가 지나갔다.
밤늦게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 서울 하늘엔 희미한 별 하나가 떠 있었다. 잠들기 전, 나는 오늘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실수투성이에 자책도 했지만 함께 웃어준 동기들이
있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잠깐이지만
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직 배울 것도, 겪을 일도 많겠지만 창밖으로 스며드는 새벽빛처럼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해본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