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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원 Nov 09. 2019

우연을 원해요



 유튜브를 보다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요즘, 아니면 어제, 혹은 오늘 퇴근길에 떠올린 것이 가끔 유튜브 홈 화면 첫 영상으로 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하지만 점점 기분이 안 좋아졌다. 불쾌했다.




 이 불쾌한 감정을 설명할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다가. 한 이론을 보고 내 불쾌와 유사점을 찾았다. 그것이 'Uncanny valley'(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다. 언캐니 밸리 이론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

 언캐니 밸리 이론 속 불쾌와 내가 느끼는 불쾌는 차이가 있다. 언캐니 밸리 이론이 실제 존재하는 것을 보고 불쾌함을 느낀다면,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이성과 감정적인 부분에서 불쾌함을 느꼈다는 차이가 있다.

 보이지 않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이 형체도 없는 알고리즘에게 내 생각이 간파당했다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알고리즘은 어떻게 나에 대해 알게 되었을까? 이 질문을 떠올리고 몇 초만에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리즘에게 먹이를 준 것은 나였다. 유튜브에서 내가 본 영상들. 그 영상에 누른 좋아요 와 싫어요. 검색한 내용들 등등.

 기업에서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그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개인들의 정보. 신상정보를 넘어선 깊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이 정보는 아마 광고 수익을 위해 다른 회사에 데이터로써 팔릴 것이다. 무료인 유튜브를 사용하는 대가로 내 정보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내 정보를 통해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을 홈 화면 첫 번째에 띄운다. 내가 그 영상들을 보고 좋아하면 알고리즘은 또 비슷한 영상을 내게 보여주고 나는 또 그것을 보고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과 비슷한 또 다른 영상을 주면 나는 또 좋아하고?

 기분 나쁘다. 이미 간파당한 것을 알지만 불쾌하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은 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군다. 아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요즘 유튜브가 지겹다. 폐쇄회로 속 알고리즘의 한계일 것이다.


 내가 무언가 좋아하게 됐을 때를 떠올려보면, 항상 '우연'이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길을 잘 못 들었을 때. 평소에 보지 못했던 좋은 풍경을 만났다. 친구가 갑자기 귀에 꽂아준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그 노래의 장르까지 좋아하게 됐다. 여자 친구에게 끌려가로맨스 영화를 보다가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했다. 내게 우연은 곧 새로움이었다. 나는 새로움을 만나고 싶다.




 무서운 생각도 든다. 알고리즘이 발달하여 우연 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긍정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했던 언캐니 밸리 이론의 마지막은 이렇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을 넘어서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과 많이 닮았다면 호감도는 다시 상승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에게 간파당한 것들이 내가 가진 전부가 아니라 믿는다. 그리고 유튜브와 알고리즘에게서 느낀 불쾌함. 이것은 분명한 내 감정이다. 앞으로도 우연을 기대할 것이다. 나는 알고리즘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우연을 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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