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면 됩니다
나의 어릴 적 꿈은 다양했다.
디자이너, 선생님, 시인, 작가, 화가, 지금은 그냥 별일 없이 사는 거다.
이렇다 할 꿈도 욕심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간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비교하지 않고 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돌아다니고 잘 배우고 잘 논다.
어떤 때에는 이런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혼자 어떻게 식당에서 밥을 먹어? 커피를 마셔? 영화를 봐? 어떻게라니요? 그.냥. 하면 됩니다.
어려울 거 하나도 없어요. 저는 맛집 검색해서 혼자 가서 맛보고 영수증 리뷰도 쓰고 서비스도 받아먹고 옵니다. 남편은 카페에 가서 서너 시간 뚝딱 죽치며 혼자 있다 오는 저를 이해 못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아주 잘 가요. 핸드폰으로 톡도 보고 책도 보고 관심 뉴스도 읽고 인스타에 맘에 드는 사진에 좋아요 누르고 시집 좀 읽고 스케줄 점검해 보고 브런치 서랍에 글 쓰고 담아놓고 배울 거 탐색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그냥 가죠. 산책을 나가도 이쁜 거 쳐다보며 사진 찍다 보면 두세 시간은 기본 순삭입니다. 사진 찍은 거 옥석 가리기 하다 보면 또 시간이 훅 가죠.
요즘 가을 하늘은 또 얼마나 이쁘게요.
지천에 가을꽃들이 널려있어요.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아주 짧고 아름다운 계절이지요.
아무 스케줄이 없는 오늘은 강아지와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가려고 합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라디오를 틀어놓고 하루종일 이런저런 노래를 들어요. 광고가 거슬리거나 DJ의 멘트, 음악이 마음에 안 들면 주파수를 바꿔요. 그냥 주야장천 음악만 나오는 채널로~
어쨌거나 이쁜 것도 많고 배울 것이 넘쳐나고 시간도 많아 행복한 요즘입니다. 검색을 하고 도성 가이드나 유적답사, 둘레길 걷기, 러닝, 문화체험, 교육 프로그램,...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내서 즐기면 됩니다.
요즘 종강한 과목이 몇 개 생겨서 11월과 12월에 배울 것들을 알아보고 신청하느라 바쁘네요.
안 할 땐 몰랐는데 해보니 배우는 것만큼 세상에 재미있는 게 또 없어요.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늦게 배운 배움 질에 날 새는 줄 모르겠어요.
오늘도 저는 보물 찾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