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어느 덧,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업무를 하게 된지도 벌써 9개월이 되어간다.
감사하게도 여러 플랫폼, 다이렉트 업무 등을 통해 꾸준히 고객사를 받아왔고, 이와 비례해 내 수입도 꾸준히 늘어갔다.
좋은 점은 수입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
안 좋은 점은 내 개인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
물론 일이 많아지면 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기에, 고객사가 점점 많아지는 부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계속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 즉 다양한 고객사와 파트너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최근 생기게 된 고민 중에 하나가 바로 어떻게 고객사의 무리한 부탁을 잘 거절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내가 최근 겪고 있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는 브랜드, 콘텐츠 마케팅 업무로 주로 스타트업 혹은 스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과 콘텐츠를 통한 브랜드 강화 업무를 돕고 있다.
그런데 어느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브랜딩을 강화한다는 것이, 솔직히 특정 한 분야만을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처음 나에게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주 3개 업로드해주세요'라고 업무를 맡겼던 고객사도, 시간이 지나면
'근데 유튜브는 왜 이렇게 조회수가 안나올까요?', '블로그도 운영을 해야할까요?', '상세페이지에 변화를 줘야하나요?', 더 나아가서는 'SEO나 키워드 광고에 대해서도 아시나요?' 라고 하며, 점점 질문이 많아진다.
고객사가 결국 나에게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한 목적은,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리기'가 아니라,
이를 통해 '고객의 유입을 높이고 매출 전환을 유발하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처음에 '인스타그램 콘텐츠 3회 올리기'의 업무를 내가 맡았다고 해도, 만일 위와 같이 고객사에서 여러 질문을 주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이와 연관된 업무는 함께 진행을 해드리곤 했다.
예를 들어, '인스타 콘텐츠 올리기' 업무를 나에게 의뢰했다고 해도,
- 유튜브, 틱톡 등을 동시 세팅 후, 채널별 특성에 맞게 조금씩 베리에이션을 주고 콘텐츠를 올리기도 하고,
- 카카오톡채널, 네이버지도, 구글 지도 등을 함께 세팅해드리기도 한다.
- 웹사이트 카피나 플로우에 대한 아이디어를 드리기도 하고, 레퍼런스를 공유하기도 한다.
- 자체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 간단한 모집 공고문이나 설문지 폼등을 만들기도 한다.
고객사에서 추가적으로 요청하는 업무를 기꺼이 함께 살펴보기도 하고,
가끔은, '저에게 보내주시면 한번 검토를 해보겠다.' 라고 먼저 오지랖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점점 문제가 생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라는 말이 있듯,
점점 당연하게 무리한 요청이 늘어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 과거에 나와 진행하지 않았던 업무들에 대한 정리 및 수정을 요청하거나,
- 데이터 정리, 관련 없는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메일 대신 보내기?
- 심지어, 약 5년간 쌓아온 본인들의 공유 드라이브를 보기 좋게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고, 거절 또한 어려워 하는 성격이기에,
초반에는 웬만하면 알겠다고 하며 업무를 받는 일이 다수였다.
그러나 내가 원치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받은 업무는 결국 고객사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과 스트레스만을 남길 뿐이였다. 대부분 이러한 일은 은근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진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거나 지장을 주는 경우도 다수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장기적으로 프리랜서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거절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객사의 부탁을 잘 거절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신,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말하되 단호하게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이 분야는 잘 몰라서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다.'
혹은 '해당 업무를 대신 해 드릴 수는 없으나, 알고 있는 선에서 아이디어를 드릴 수는 있다.'
혹은, 고객사에서 요청한 것 중 '전체를 도와드리는 것은 무리이나, 1~2개 까지는 도움을 드리겠다'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럼 대부분의 고객사는
여기서 더 이상의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고, 아이디어나 일부 도움을 드리는 것 만으로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무리한 부탁을 요구한다면, 그때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단, 단호하다고 해서 꼭 불친절하고 냉정하게 거절할 필요는 없다.
'죄송하지만 다른 업무는 도와드릴 수 있으나, 해당 업무는 제가 진행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고 '죄송하지 않지만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며,
'제가 최근에는 계속 밤을 새면서 일할 정도로 일이 너무 많은데 ㅠㅠ 이건 다른 분에게 부탁드리면 안될까요?' 라고 귀여운? 거짓말과 애교를 보태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장기적으로 프리랜서를 하기 위해서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을 연습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굳이 그 과정에서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친절하고 명확하게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앞으로 꾸준히 연습해 나가야 하는 과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