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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

by 김해룡

스티브 잡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생명의 가장 큰 발명은 죽음이라고.

찰스 다윈의 생각처럼 자연선택으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정보를 후세에 전달하려면,
디옥시리보 핵산(DNA) 만큼 효율적인 전달 방법이 아직은 없기에.

그는 죽었지만, 그의 숭고한 뜻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 삶의 방향성을 다양한 분야에 제시했고 지금도 영향력을 주고 있다.

난 늘 죽음을 생각한다. 죽고자 하는 생각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늘 하는 편이다.


죽음을 인지하는 생명은, 삶의 고귀함을 안다.

벌레나 파충류 등 뇌가 상당히 작거나 거의 없는 존재들은 생명의 존엄이나 삶의 고귀함을 모른 채 죽고 다시 태어남을 반복하지만,
적어도 삶을 낭비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긍정적 에너지는 아니더라도
삶에 대한 방향성은 알려줄 수 있을까.

아니면 술 주정뱅이로 이렇게 그냥 외롭게 죽어,

봄이 가을 낙엽을 기억 못 하듯 잊혀버릴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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