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에서 작품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나?
커버 이미지: 조동균_우연에 대한 소고_two squares 14-1(m20). 72.7x60.6cm 2014
예술의 목적은 가시적인 것의 묘사가 아니라 삶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데 관심을 두기보다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물음에 다가가는 것이다.
-작업 노트에서
미술시장에서 작품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는 대단히 복잡합니다. 특히 현대 미술시장은 역동적이며,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이를 포괄적인 원칙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술시장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원리는 작가의 예술적 명성, 미술사적 의미, 작품의 희소성 그리고 시장 동향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개인의 인식, 취향 등의 주관적 경향과 사회 문화적 맥락에 따라 미술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술가들은 자기 작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유도하기 위해서 경력을 쌓고,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고자 노력합니다. 미술 비평가들로부터 긍정적인 리뷰, 미술 출판물에서의 기사와 전시 보도 등은 컬렉터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비평가들은 특정 미술가의 작품에 대하여 미술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역사적 비중을 갖게 되는 작품은 시장에서 관심을 받게 됩니다.
연예인 같이 대중의 인지도가 생기게 되면 작품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갤러리에 소속되어 전시하는 미술가의 경우 딜러의 명성과 갤러리의 보증으로 인하여 미술가의 시장가치는 상승합니다. 종종 경매시장의 낙찰가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높은 경매가를 기록한 미술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사회변화에 따른 개인적 취향의 변화, 수집가들의 선호도에 따라 변화하는 미술시장 트렌드는 미술작품에 수요변화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작품가격 상승을 가져옵니다.
미술품이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희소성입니다.
미술품은 본질적으로 유일한 오브제로써의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또한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수요는 존재하지만, 공급이 제한되는 구조에서는 작품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희소성은 미술 작품의 경제적 가치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술가의 명성, 작품의 상태, 시장의 트렌드 등이 대부분 희소성의 가치에 결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희소성은 작품의 독특성과 유일성에 따라서도 결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유명한 미술가가 제작한 작품은 그가 더 이상 작품을 제작할 수 없기 때문에 희소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또한, 특정 작가의 특정 시기의 작품이 시장에서 특별히 인기를 끌면서 희소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작품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미술품 가격 변동 지수’는 미술품의 시장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지표입니다. 이는 미술 시장의 작가별, 장르별, 지역별, 시기별 등 다양한 경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됩니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미술품 지수로는 ‘메이&모제스’에 의해 개발된 ‘파인아트 인덱스’와 ‘아트프라이스’의 ‘컨피던스 인덱스’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개발한 ‘KAMP(Korea Art Market Price Index)’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개발한 ‘KAPAA인덱스(Korea Art Price Appraise Association Index)’등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을 통해 미술품 시장의 추세와 변동성을 분석함으로써, 미술 작품에 대한 투자나 거래 결정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외에도 미술품 가격 변동 지수는 예술 시장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예술 시장의 전반적인 경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많은 수집가는 자신이 구입한 미술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기를 바랍니다. 미술품을 투자로 인식하고 경제적 요인, 재정적 요인 등이 복합되어 미술가를 투자 대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미술시장은 작품가격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술품은 일반적인 물건이 갖고 있는 유용성에 기반 한 사용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상에서 미술품의 외형을 하고, 특정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서 소비되는 물품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의 물품들은 그 물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사용된 비용에 준한 사용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들어간 비용에 비하여 효용성이 좋다면, 사용가치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미술품이 교환가치를 내재하기 위해서는 ‘예술’이라고 지칭되는 인간만이 가능한 추상적이며 정신적인 노동이 가미된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동의 결과로 시장에서 교환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미술품은 교환가치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며, 수요자의 구매 욕구에 따라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며, 아예 가격자체가 형성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자칫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게 되면,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하는 미술품은 교환가치를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미술품에 투입된 미술가의 노동력마저 사회적 유용성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잘못에 빠질 수 있습니다.
미술은 본질적으로 개별적이며 사회적 트렌드에서 넘어서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동시대의 기호와 대중적 안목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