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은 미술가를 어떻게 보나?
커버 이미지: 조동균_A mirror. 130.3x162cm mixed media 2009
이미지는 분명한 구조 위에 세워져 있어 화면 위의 선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그 이미지의 규칙들을 발견하게 된다.
-작업 노트에서
글로벌 미술 전문 조사기관인 「Art Price」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현대미술 경매시장은 1,000억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유수의 해외아트페어나 글로벌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한국에 사무소를 다시 열면서 아시아 미술시장의 거점으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는 역시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미술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주체는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의 시장 참여입니다. 이들은 주로 40대 이하의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점차 구매 액수를 늘려가며 큰 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MZ세대는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자, 취향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미술품을 이해하고 있으며, 자산 증식의 방법으로도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시장에서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투자 포트폴리오에 올리는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 개발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한 미술시장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 미술품 공동구매 및 조각 투자 플랫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MZ세대의 등장은 미술시장이 다양해지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트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MZ세대가 전 세계 고액 자산가 컬렉터 가운데 64%를 차지하며, 미술품에 대한 지출 규모도 전체 세대 중 최고인 평균 37만 8천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의 이러한 확장은 분명 미술가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진작가들이 미술시장에 진입하여 인기 작가로 성장하는 기간이 확실히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블루칩작가로 급부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시장의 자본이 투기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보여주는 작가들의 급등락 하는 작품가격을 보면, 미술가들이 미술시장의 변동성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가 중의 한 명인 Damien Hirst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함께 그의 작품 가치는 92% 폭락했는데, 최근 약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최고 거래액보다는 85.9%에 불과합니다.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가가 한번 꺾이기 시작하면,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술시장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가가 등장하고, 흥행을 위해서 시장의 주체들은 계속해서 스타작가를 양산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자칫 미술가는 시장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조동균 / 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