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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균 May 19. 2024

미술 시장을 키우는 보이지 않는 힘

투자 대상으로써 미술품

커버 이미지: 조동균_time collecting 1.  91x116.7cm  mixed media 2011


게임판 위에서 규칙을 정하듯이

자신만의 놀이 규칙을 정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예술이 숨 쉬게 된다.

-작업 노트에서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 키워진 잉여 자본의 가장 좋은 먹잇감은 미술시장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매우 다각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잉여 자본 없이 과연 미술시장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미술품은 투자자들에게 꽤 유망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은 효과적인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미술품은 이런 투자가치 이외에 다른 자산에선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적 만족감을 주기도 하는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배타적 사치스러움에 대한 매력은 잉여 자본을 가진 개인들의 소비패턴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유명 미술품에 대한 소유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거나 문화적 취향의 가시적인 상징으로써의 역할을 합니다.     

금융투자 방식이 정교화하면서 미술 투자 펀드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술품을 포함하는 것도 잉여 자본이 미술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펀드들은 미술품을 투자자들이 잠재적인 수익을 가진 금융상품으로 취급하면서, 그들의 투자금을 모아 미술작품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듯이 잉여 자본에 휘둘리는 미술시장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반면에 잉여 자본을 가진 개인이 미술관 및 갤러리를 지원함으로써 문화적 자선활동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런 후원의 형태는 미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자선가가 소유한 미술 컬렉션의 가치를 향상하며, 지역에 경제적 영향과 문화적 상승효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세계화는 미술작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잉여 자본이 글로벌 미술시장에 참여함으로써 미술의 국제화에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각지에 분점을 두고,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미술을 유통하는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국제적인 아트페어, 경매시장 등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잉여 자본가들이 세계 단일 시장체계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술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 대상으로써 미술품     

아트펀드는 미술품을 매개로 경제적 수익을 획득하기 위해서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모으는 투자수단입니다. 아트펀드는 투자자들이 특정 미술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으면서도 미술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트펀드는 미술작품에 대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단일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여 투자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아울러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다른 투자자산과 연관성이 낮기 때문에 분산 효과적인 측면에서 이상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트펀드는 자금모집과 운용·법무 등은 운용사에서 맡고, 작품 평가와 구입 등은 미술사가, 큐레이터 등의 미술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구성됩니다. 이 관리자들은 미술의 잠재적 가치와 시장동향을 평가하여 투자자들을 위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을 합니다. 펀드를 통해서 관리되는 미술품들은 이익을 내고 재판매하거나 미술품을 다양한 목적으로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수익을 만들어 냅니다.     


국제적인 아트펀드들의 한국 미술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랑들이 한국에 지점을 개관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알려진 아트페어가 한국 시장을 목표로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의 미술 시장이 국제적인 미술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에 한국 미술 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아트펀드들이 운영되었지만, 아쉽게도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3년 만기의 아트펀드들은 목표 수익률을 크게 미달한 상태에서 청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아트펀드 실패 사례는 미술 시장의 특성과 투자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향후에는 더욱 신중한 전략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미술 시장과 금융 시장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투자 모델이나 보다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술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한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미술품투자 펀드로 평가받고 있는 ‘British Rail Pension Fund(BRPF)’는 1974년에 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술작품을 일부 포함함으로써 펀드의 다양화를 시작하였고, 분산 효과를 통하여 수익률을 증가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당시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성과여서, 미술품투자의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술품을 담보로 은행 대출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술품을 담보로 하는 기업 대출은 갤러리 소유주의 보증이 있어야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술품 담보 대출에 대한 금융 기관의 입장은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술품 시장의 발전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금융 기관들이 미술품 투자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미술품을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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