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에게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커버 이미지: 조동균_선의부재.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초대전 전시장 모습 2021
예술이란 어떤 상태에 도달한 결정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아름다워 지려 하는 생성 과정이다.
예술가의 삶도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를 가져야 한다.
-작업 노트에서
이미 제작된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가 일반적인 미술 투자라고 할 수 있지만, 미술가인 개인의 미래에 대한 투자도 벤처캐피털을 통해서 가능한 미술 투자의 한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미술가들은 갤러리의 전속 작가나, 자산가가 미술가에게 투자하는 형식으로 후원을 받아 왔는데, 미술가들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어렵고, 해당 작품의 잠재적 시장가치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런 작가 후원 방식은 사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역으로 미술가들에게는 비합리적인 처우에 내몰리거나, 작품이 1차 미술시장에 거래될 때도 주관적인 판단에 치우칠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벤처캐피털을 통해서 미술가 투자에 나설 경우에는 미술가, 미술시장 전문가, 전문 마케팅담당자 등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을 충원하여, 전시회, 교육, 마케팅에 있어서 신진미술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하여 양산된 미술품에 대한 잠재적 수익성을 합리적으로 산정하여 투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미술가에 대한 투자에서 유의할 점은 예술의 특별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술가들은 투자자를 필요로 하지만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둔감할 수 있으며, 이는 종종 투자자들과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금융적인 측면을 미술가에게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작가의 예술적 비전을 희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투자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습니다.
미술가와 벤처캐피털 간의 협력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술가가 벤처캐피털의 투자 동기와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호적인 상호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미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발전시키며,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미술시장은 다른 투자처에 비하여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술에 투자하는 자본은 항상 위험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술시장에서의 다양한 형태로 모여진 투자 기금은 미술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미술품의 내재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미술시장을 자본의 경제 원리에 노출된 상태로 방치해도 될 것인가?
미술시장을 자본원리에만 내맡겨 놓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순순하게 경제 원리에 의해서 미술시장이 움직이는 경우, 미술시장에서 투기와 금융화가 증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미술품을 문화적이거나 미적대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단지 금융자산으로 취급하면서, 시장의 흐름에 따라 가격거품이 형성되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미술시장은 미술계의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특정 미술가의 작품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그것을 소유한 소수의 컬렉터에게 집중되면서, 작품에 대중들의 접근과 감상 기회를 제한하게 됩니다. 또한 미술가와 갤러리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업적인 성공을 우선시할 수 있으며, 이는 예술을 통해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시장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기류는 미술가에게 압력으로 작용하여 미술가들이 다양하고 실험적인 표현을 탐구하는데 나서기보다는 미술시장의 흐름에 부합하거나 대중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데 열중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술시장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진 미술가들이 시장에 설자리를 없게 만듭니다.
대중은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 유형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새롭고 혁신적인 창조적 표현을 시도하는 동력을 약화할 것입니다.
미술의 문화적, 사회적 중요성은 경제적 원리에 의해서 종종 무시됩니다. 미술은 사회규범을 반영하고, 이의 발전적 변화를 위해서 도전해 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술시장의 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미술이 갖는 이런 측면을 약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술가들은 그들의 예술적 자유를 손상하면서 시장의 기대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술계의 여러 이해관계자는 경제적 원칙과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공공기관을 통해서 미술의 사회적 기능을 권장함으로써 다양하고 포괄적인 예술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술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성과 문화적 풍요 사이의 균형 잡힌 추가 필요합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