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섭생 시리즈 10:
미슐랭 반납합니다

by 타산지석

미쉐린 별점을 자진 반납하는 식당들

‘미쉐린 가이드’라고 하면,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이자 영광처럼 여겨지는 상징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유럽 곳곳에서 미쉐린 별점을 자진 반납하는 식당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조선일보(2025년 4월 22일자, 문지연 기자) 보도를 통해 이 현상이 국내에도 소개되었는데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요식업계 내부의 큰 인식 변화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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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레스토랑으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이탈리아 루카(Lucca)의 유명 레스토랑 ‘질리오(Giglio)’는 2023년 10월, 미쉐린 별점을 자발적으로 반납했습니다. 공동 소유주 베네데토 룰로는 이렇게 말했죠.

“별점을 받은 이후, 손님들이 격식을 차린 고급 식당을 기대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간은 티셔츠와 슬리퍼 차림으로도 올 수 있는 편안한 식당입니다.”


별점이 ‘명예’이자 동시에 ‘굴레’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요리를 화려하게 꾸미거나 정중한 응대를 준비하느라, 오히려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는 겁니다.


“미쉐린? 다시는 받고 싶지 않아요”

비슷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프랑스의 셰프 마르크 베라는 아예 미쉐린 비평가의 출입을 제한했고, 영국 런던의 ‘피터샴너서리(Petersham Nurseries)’를 이끌었던 셰프 스카이 긴겔은 “별점은 저주였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미쉐린에 오른 후 일은 과중해졌고, 자신의 캐주얼한 스타일과는 다른 ‘파인다이닝’을 기대하는 손님들의 눈치에 시달렸다고 고백했죠.


미쉐린도 위기 속 변화를 시도 중

흥미로운 건, 이런 반응이 단지 셰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자체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죠. 최근에는 ‘그린 스타’ 제도를 도입해, 요리의 맛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 친환경적 운영 여부까지 평가 항목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북 판매 부진과 디지털 전환의 압박, 그리고 미국, 한국, 중국 등 각국 관광청에서 후원금을 받는 구조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요.

비평가 앤디 헤일러는 “그렇게 돈을 받은 뒤에, 해당 지역 식당이 형편없다고 과연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죠.

이에 대해 미쉐린 측은 “별점 선정은 전혀 독립적으로 이뤄지며, 후원 부서와는 분리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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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부담이 되는 시대

한때는 요리사의 꿈이었던 미쉐린 별. 하지만 이제는 ‘받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시대에서, ‘스스로 내려놓는 용기’가 회자되는 시기로 바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당을 평가하는 방식, 셰프가 일하는 방식, 손님이 식사를 기대하는 방식—all of that is changing.

미쉐린이라는 별의 무게를 견디지 않기로 한 이들의 선택은, 단지 별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요리를 다시 주체화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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