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들 경찰 딸...엄마가 사기를 당했다③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성연(동생 가명)이 오기 전까지는 더 돈을 보내지는 말자. 엄마 지금까지 나한테 너무 많이 거짓말했잖아. 이 말 하나만 약속해." 내가 말했다.
"어 그래."
"나 정말 진심이야. 나는 이게 사기든 투자든 상관이 없어. 어차피 4시까지면 시간도 있잖아. 정말 이 말도 안 지키면 나 진짜 실망할 것 같아."
"아 알았어. 그럼 성연이 오면 해도 돼?"
"...그건 이따 봐서 정하자. 나도 가고 있어."
통화를 마치고 오후 4시까지 입금해야 한다는 돈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동생이 도착하면 추가 입금은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사이에 내가 집에 도착하면 된다. 이미 넣었던 돈은 어쩔 수 없지만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둑만 무너지지 않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안심했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동생 전화를 받았다. 마지막 둑도 무너졌다.
"오빠, 엄마 돈 넣었대." 동생이 말했다.
"나한테 분명히 너 오기 전에 넣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몰라 나 도착하기 전에 이미 넣었대."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그렇게 그렇게 부탁해서 약속했는데. 그냥 내 말은 듣지도 않았다는 거잖아."
엄마와 함께 있던 아빠는 강하게 말리지 않았다. 이 입금을 하기 전에는 어떤 말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1억5천만 원을 잃고 끝내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집에 가는 와중에도 친인척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어떻게 된 일이냐', '왜 말리지 않았냐' 모두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 대답도 모두 같았다.
결국 엄마는 1억5천만 원을 입금했다. 사기꾼은 돈이 들어오자마자 어딘가로 빼돌렸을 것이다. 여러 경찰들에게 물어보니, 당장 중국 같은 곳으로 빼돌렸으면 되찾기는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럼 내가 집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얼굴을 보면 무엇이 달라질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왜 그랬냐고 따진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앞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식일까. 여러 고민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도착한 집은 너무나 평온했다. 마치 모의 훈련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나만 혼자 실전인 줄 알고 호들갑 떠는 이등병 같았다. 엄마와 아빠는 거실에 켜진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급히 들어오자 "왜 왔어. 밥은 먹었냐"라고 물었다.
나는 당장 쏘아붙였다. 나랑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어떻게 곧바로 거짓말할 수 있느냐고,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고, 내가 앞으로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