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들 경찰 딸...엄마가 사기를 당했다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2월 1일 출근을 했다.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
신이 장난을 치는 건지. 이날 나는 공적으로는 사기 피해 기사를 쓰는 기자였고, 사적으로는 사기 피해자에 속했다. 가족을 설득하지 못하는 기자가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날 취재하고 쓴 기사는 '코인 폰지 사기'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코인 거래소 간 차익을 노리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투자금을 모았다. 초반에는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여주다가 갑자기 잠적해 버리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다.
피해자들과 통화하며 피해 금액은 얼마인지, 사기꾼은 어떻게 꼬셨는지를 캐물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허술한데 속을 수 있었는지를 되물었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만약 사기라도 내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도했다.
피해자들은 내게 이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잃은 투자금은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피해 금액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기꾼을 잡더라도 말이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절망했다. 내가 피해자들에게 한 대답은 엄마가 당한 사기 사건에도 해당해서다. 우리는 피해 금액을 회수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기꾼을 잡더라도.
이날 오전 정신이 없는 와중에 친인척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부모님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물어왔다. 통화 도중 엄마가 투자를 했다고 말하는 곳이 K*투자증권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K*투자증권사는 실제로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1월 29일 자로 한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최근 K*투자증권사를 사칭한 피싱 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라는 공지 내용 안에는 이 회사가 개인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점, 어플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 공모주 청약을 하지 않는다는 점, 어떤 경우에도 법적으로 강요 및 협박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쓰여있었다.
엄마는 K*투자증권사 어플을 통해 투자를 했고,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다고 했으며, 시한 안에 돈을 넣지 않으면 원금도 잃을 수 있고, 나아가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었다.
나는 K*투자증권사에 전화를 했다. 당사에서 소개한 피해 사례에 속한다, 당사와 전혀 관련 없는 것이 맞느냐 물었고, K*투자증권사에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빨리 경찰에 연락하라고도 했다.
나는 K*투자증권사의 공지사항과 함께 당사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동생에게 알렸다. 동생은 "이 (사기) 맞는 것 같네"라고 했다. 동생이 이를 전했다. 엄마는 이 공지를 이미 읽었으며, 당신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밤 10시가 넘어서야 취재를 마치고 기사 작성을 끝냈다. 이쯤 동생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도 이제 (사기당한 것을) 좀 받아들이는 것 같아." 동생이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무슨 생각으로 돈을 벌겠다고 나섰는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