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라반 Jul 20. 2017

이발

<국경시장>

오후가 되어서야 풍경이 새삼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곧 떠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행지가 가장 좋아지는 순간은 그곳을 떠나기 직전이다. 이별이 가시화된 순간에야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처럼. -179쪽(<국경시장>, 김성중, 문학동네, 2015)


파리(Paris)가 아름다운 이유는 3일밖에 구경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던가.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이뻐 보인다. 오늘만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풀을 보고 꽃을 보고 개를 보고 사람을 보면 세상이 아름다울 텐데.


머리카락이 너무 자라 이발하려고 할 때면, 덥수룩하던 머리가 분위기 있어 보인다. 오늘따라 가르마를 잘 탔다. 눈썹을 넘어 눈을 넘보던 머리가 오늘은 날렵하게 눈썹 위에 모양이 잡혀있다. 자를 생각에 이마를 들춰보니 그동안 앞머리가 이마의 여드름을 숨겨줬었다.

작가의 이전글 눈 치우기와 운동장에 줄긋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