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라반 Dec 02. 2017

서현 교보문고

유병재 <블랙코미디>

서현 교보문고를 찾았다. <한겨레21>, <시사IN>, <주간경향>을 들춰보러 갔다. 주간지는 밀봉돼있었다. 유병재가 쓴 <블랙코미디>를 뒤적거렸다. 서서 읽다가 돌아다니다가 어디 앉을 곳 없나 찾아다녔다. 바닥이 맨질맨질한 타일이라 앉기는 부담스러웠다. 저쪽 구석에 타일이 아닌, 푹신한 털(?)로 된 바닥이 있었다. 어린이 코너였다. 구석에 앉았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이 많았다. 부모와 아이는 서점에 함께 왔지만, 서점에 온 목적은 달랐다. "이거 어때?" 하면서 과학 어쩌구 하는 책을 뽑았다. "우와! 고스트엑스다!", 아이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엄마는 알기 쉽게 썼다는 수학책과 바둑책을 훑었다. 아이는 마인크래프트 책을 큰 소리로 읽으며 엄마에게 어필했다. 아이의 형제도 크게 동의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링컨 자서전을 뽑았다. 아이들은 시크릿쥬쥬, 모두의 마블이란 책을 잔뜩 가져왔다. 아무도 책을 사지 못했다.


옆에선 장난감 하나씩 쥔 두 아이와 아빠가 티격태격했다. "똑같은 장난감을 두 개나 사야 돼?" 아빠가 말했다. "잘 봐, 색이 다르잖아!" 아이가 맞받아쳤다. 아무래도 아빠가 보기에 두 장난감은 똑같았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는 초등학생 고학년인 아이와 아빠가 설민석이 쓴 <조선왕조실록> 앞에서 얘기했다. 아빠는 "이런 책도 읽어야 해"라고 했다. 아이는 "이거 읽으면 다 잊어버릴 거야, 남는 게 없을걸?"이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이 책 읽으면 3만 원을 용돈으로 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고민하더니 "5만 원!"했다. 아빠는 멈칫하더니, "그럼 정독해서 시험 보고 5만 원!" 했다. 아빠는 한 손에 <조선왕조실록>을 쥐고, 아이의 손을 잡고 계단대로 향했다.


서점 독서대에서는 유병재가 <블랙코미디> 출간 사인회를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인을 '그려'줬다. 내 차례가 돼 자리에 앉았는데, 사인을 해주는 동안 어색했다. 사진을 굳이 찍고 싶지는 않았는데 뻘쭘해서 찍었다. 책은 잘 산거 같다. 유병재는 <블랙코미디>에 이렇게 썼다. 


여러분의 책장에 이 책이 꽂힌 걸 창피해하지 않게 살아가겠다. 노력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200 종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