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으로 요리하고 철학적으로 먹기 - 무행 스님 1편
봄의 들녘에 파릇파릇하게 난 것들은 모두 약초 아닌 것이 없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봄 햇살 아래로 고개를 내민 여린 풀들은 그 자체로 약이다. 그래서 그맘때는 이름 모를 풀일지라도 맛있고 독쇄기 풀조차 맛있다. 푸른 것이면 아무거나 툭툭 잘라도 모두 나물이 된다.
풍작을 위한 가장 중요한 거름은 ‘마음’
무행스님에게 봄은 나물의 계절인 동시에 농사의 계절이다. 스님은 밭농사의 달인이다. 다른 이들이 호박 한 개를 수확할 때 스님은 열 개를 수확할 수도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실수가 많았다. 가령 작물에 비료를 줄 때 뿌리에 닿게 준 바람에 농작물을 거의 죽인 적도 있었다.
“토마토 농사를 지을 때였는디 아고, 얼매나 아픈지…. 자식이 죽은 것 마냥 마음이 아픈 거여. 그래서 비료가 뿌리에 완전히 닿지 않는 놈들이라도 살려볼라고 기를 쓰는디 이웃 농부들이 그런 경우엔 절대 소생이 안 된다는 거여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재요. 토마토가 호박넝쿨처럼 뻗어나가 풍작을 거뒀응께. 그때 고추니 가지니 피망 등을 키우믄서 농사의 묘미를 알았재라.”
그 과정에서 터득한 것이 있다. 풍작의 가장 중요한 비법은 ‘마음’이라는 것을. 마음이라는 거름을 충분히 주면 작물들은 정확히 그만큼을 보상해 준다. 인간도 미물인지라 어떠한 미물들이든 교감을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마음을 열면 산의 나무들이나 텃밭의 채소와도 교감할 수 있다. 진심 어린 기도와 애정 어린 마음을 보이면 씨만 뿌려도 저 알아서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농사의 묘미란 수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씨를 뿌리고 키우면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작은 과정 하나하나에서 행복과 귀중한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게 된다.
“오가면서 물도 주고 말도 걸어줌시롱 키우는 재미가 얼매나 큰지, 고것부터가 행복이재요. 그렇게 키우면서 색색별로 열매 맺는 걸 보는 재미도 행복이요, 수확해서 나눠먹는 행복은 또 이루 말할 수가 없어라. 절에서 기도하면서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곤 하면 보살님들이 절에 기도하러 오는 게 아니라 장 보러 올 때도 많았재요. 퇴비로만 키웠응께 시장에서 산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그런 재료들로 음식을 하면 맛 자체가 틀릴 수밖에요. 그렇게 키운 채소들을 나눠주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재요. 그땐 사실 말도 필요 없는겨. 주고받는 가운데 하나가 돼버린께, 이미 서로 싸인 끝나버린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