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하나로 샤부샤부까지 되는
산중 별미

철학적으로 요리하고 철학적으로 먹기 - 무행 스님 2편

by H영

음식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연의 맛과 기운을 섭취하려면 무엇보다 조리법이 간단해야 한다. 무행스님이 즐겨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중 대표적인 단골메뉴 1호는 ‘묵은지 된장찌개’다. 묵은지의 깊은 신맛과 된장의 구수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 찌개의 요리법은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하다. 된장찌개에 묵은지만 썰어 넣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복잡하다해서 비법인 것은 아니다. 간단한 조리법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비법이 있기 마련이다. 묵은지 된장찌개를 끓을 때도 그러한 비법이 있는데, 묵은지를 미리 넣으면 안 되고 찌개가 거의 끓었을 때 넣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고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비법은 된장과 묵은지의 비율이다. 한쪽 양이 과해지면 그 맛과 향이 강해지므로 두 재료의 조화가 깨지게 된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같은 양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찌개의 간은 물과 된장의 양으로 조절하면 그만이라 다른 양념은 일절 필요치 않다.


이처럼 더할 나위 없이 쉽게 끓인 찌개를 남다르게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더욱 특별한 요리로 격상시키는 비법도 있다. 이른바 ‘나물 샤부샤부’라, 간혹 나물이 먹고 싶은데 따로 조리하기 번거로울 경우 활용하면 좋은 방법으로 찌개가 끓을 때 나물을 넣고 샤부샤부처럼 데쳐먹는 것이다. 달랑 찌개 하나로 묵은지와 나물 요리까지 해결되는 1석 3조의 산중 별미가 아닐 수 없다.


스님이 최고로 꼽는 음식 중엔 동치미도 빼놓을 수 없다. 깊은 산속에서 맛보는 옹달샘의 맛이 견줄 수 있을까. 그대로 먹어도 일품이지만 전라도에선 동치미 무를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그중 동치미 무를 채 썰어 고춧가루와 깨를 넣고 살살 버무린 ‘동치미 짠지’는 잠든 식탐도 단번에 일깨울 만큼 일품이다.


“사실 어릴 때 먹던 고향 음식만치 최고의 음식이 어디 있간요. 동치미 짠지는 주로 전라도에서 해 먹는 음식인디 제 고향이 바로 전라도재요. 그러니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별맛 아닐 수 있지만 저한텐 최고의 음식이지라. 사실 따지고 보면 맛있는 음식이란 기준도 없고 정할 수도 없는 거요.”


고향음식의 대표 중 대표인 동치미는 짠지 외에 된장찌개에 넣기도 하고 무조림을 하기도 하는데, 동치미 무로 요리한 무조림은 그 맛과 질이 더욱 고품격이 된다.


“동치미 무는 소금 간이 배어있는 상태라 무 자체에 수분이 적당히 빠져 있지라. 그래서 생무로 조림을 하면 설컹설컹한디 동치미 무로 조림하면 졸깃졸깃하면서 훨씬 맛있재요. 생선도 생으로 찌개를 끓이면 쉽게 부서지지만 소금간이 되어 있으면 끓여도 풀어지질 않재요. 그 원리와 같은 거요. 무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동치미로 담가두면 다른 철에도 두루두루 요리해먹을 수 있재요. 무는 치근을 발달시킨께 나이 먹을수록 즐겨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지라.”



싱거우면 소금 치고, 짜면 물 부어먹는 식복


흔한 음식일지라도 맛있고 즐겁게 먹는 것은 건강을 위한 최고 비결이자 진짜 식복食福이라 할 수 있다. 무행 스님의 건강 지론은 이러한 식복과 관련이 크다. 사람들은 흔히 재복과 식복을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진짜 식복은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지혜에서 오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것은 자기 복이요, 자기 하기 나름이재요. 나쁜 것과 좋은 것을 구분하지 않고 내게 오는 뭐시든 달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혀라. 실은 그것들을 어떻게 잘 회향할지가 더 중요하재라. 고것이 바로 복이요. 음식도 마찬가지인디 설령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일지라도 맛있게 먹고, 만든 사람한테 칭찬까지 보태주면 맛이 달라지재요. 때론 좋은 입담을 얹어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한테 새로운 자각을 심어줘서 별거 아닌 음식도 특별한 음식으로 바뀌재요.”


마음가짐에 따라 음식의 맛도 달라지는 법. 부처가 말한 ‘일체유심조’는 사실 그 어디든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출가 전에 식당을 한 적이 있었어요. 실은 그때부터 부처님 법을 만났다고 할 수 있는디 나름대로 이래저래 실험을 해봤재라. 가령 단골손님들에게 커피 한 잔을 타줘도 마음을 담아 정성껏 타는 거요. 각자 기호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일명 ‘양촌리 커피’를 타줬는데도 사람들이 커피맛이 좋다고 칭찬들을 했재요. 어느새 그 말은 다른 사람들한테도 각인돼서 한땐 커피마담으로 통한 적이 있었지라. 그러니 마음에 얼마나 큰 힘이 있간디오.”


말의 힘은 크다. 달콤한 말 한마디가 마음까지 달콤해지게 하는지라 그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라면 음식의 맛 또한 당연 달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같은 음식일지라도 먹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각 지역마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을 대할 때는 그 음식이 짜니 싱거우니 논할 필요가 없다. 음식을 만든 사람을 탓하기 이전에 먹는 사람이 자기 식성과 입맛에 맞게 간을 조절하면 그만인 것이다.


“절간에선 음식으로 시비가 일어나기도 해요. 공양주들이 고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중들이 서로 ‘다름’을 보지 않기 때문이재요. 수많은 입맛과 식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응께 모두에게 만족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재라. 그래서 먹는 사람의 자세가 중요한 거요. 간이 싱거우면 간장이나 소금 쳐서 먹고, 짜다 싶으면 물 좀 타서 간을 맞추면 될 일이재요.”

건강도 실은 자기가 조절하기 나름이다. 몸이 허기진다 싶을 때는 하루 세끼가 아니라 다섯 끼라도 챙겨 먹어 몸을 추스르면 되고, 몸이 늘어지고 부대낀다 싶으면 한 끼만 먹거나 단식으로 몸이 게을러지는 것을 막으면 될 일이다. 적절함을 알고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지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내 복은 내가 알아서, 내 몸도 내가 알아서 밀고 댕기기를 해버리는겨. 음식도 욕되게 먹으면 화장실에서 욕볼 일밖에 없는겨. 알고 보면 볼일 잘 보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랑께요. 도인이 따로 있간디요. 먹을 때 잘 먹고, 잘 때 잘 자고, 쌀 때 잘 싸면 고것이 도인이재요. 그런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라.”


사람을 대할 때나 음식을 대할 때나 이 사실 하나만 염두에 두고 살아보면 어떨까. 내 복은 내가 알아서! 도인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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