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일어 문장 하나를 읽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한자에 익숙해질 즈음, 암호를 해독하듯 길고 짧은 문장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한자의 발음을 정확히 맞출 때면 괜시리 뿌듯했다. 매일이 소소한 성취감으로 가득했는데, 갑작스럽게 시간이 멈춘 듯한 소식이 찾아왔다. 입영통지서였다.
솔직히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어차피 남들 다 다녀오는건데 뭐 큰일이 있겠나 싶었다. 그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지식들이 풍화되듯 서서히 사라질까 두려웠다.
입대 전날 밤, 늘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일어 책들을 바라보았다.
'이걸 다 잊어버리면 어쩌지?' 단어 하나하나를 머리에 눌러 담으며, 이 지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하루하루는 길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그 시간도 익숙해졌다. 일과는 반복되었고, 계절은 몇 번의 훈련과 함께 바뀌었다.
전역하는 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먼지가 쌓인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 언어들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마치 일시정지되었던 영상이 다시 재생되듯, 기억도 잠시 멈추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취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