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위치는 해남. 서울에서 아무리 서둘러도 5시간은 걸린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주말이나 연휴가 아니면 갈 수 없다.
그래서 연휴가 생길 때면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곤했다.
"해남 다녀올까?"
하지만 나는 늘 “차 많이 막힐 텐데”라는 말로 그 제안을 돌려보내고는 집에서 쉬는 선택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3일 연휴. 엄마는 다시 한 번 넌지시 물었다.
“해남 갔다 올래?”
평소 같았으면 자동 응답 매크로마냥 “아니~” 했겠지만 그날은 왠지 한 번쯤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하게 “그러든가~” 대답하자 엄마는 무척 기뻐했다.
예상대로 연휴가 시작되자 도로는 차들로 빼곡했다.
이를 감안해 새벽 6시에 출발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해남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산길 초입에 차를 세우고 산소가 있는 곳까지 걸어 올라갔다.
사람 손길을 거부하듯 사방으로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할아버지 산소를 처음 마주했다. ‘여기 맞아..?’ 싶을 정도로 소박했다.
자식들이 매년 벌초하러 오는 게 힘들까봐 봉분도 하지 말라고 하셨단다.
떠난 이후에도 자식 생각뿐이라니.
그래서 산소 자리에는 네모난 상석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사탕과 커피, 수박을 꺼내어 올려두었다.
잠시 말없이 서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은듯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손주가 벌써 다 커서 운전해서 왔어요.”
사실 나는 20대까지만 해도 성묘를 왜 가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멀리까지 가서 겨우 10~20분 머물다 오는 일. 아무리 생각해도 비효율적이지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함께한 추억이 있는 할아버지의 산소에 직접 와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눈에 보이는 건 네모난 돌 하나뿐이었지만 왠지 모를 아늑함이 느껴졌고, 떠나는 게 아쉬워 조금 더 옆에 앉아 있고 싶었다.
“이렇게 왔다 가면 아실까…”
엄마는 작은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빠가 보고싶은거겠지.
우리 집 한켠에는 아직도 할아버지 사진이 조그맣게 놓여 있다.
언젠가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나 역시 지금의 엄마처럼 그리워하겠지.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엄마는 기쁜 듯, 아련한 듯 말했다.
“노란 나비네~~
엄마 태몽은 할아버지가 꾸셨대.
지게를 지고 집으로 오는데,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살랑살랑 따라왔다는거야.
그래서 엄마는 나비를 좋아해~”
노란 나비는 줄곧 우리 앞을 날아가며 산 입구까지 길을 안내해주었다.
마치 마중이라도 해주는 듯, 초입까지 함께 날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란 나비는 그 날 우연히 나타난 걸까.
아니면 늘 할아버지 곁에 머물고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