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 다가오니 취업 준비도 해야했다. 물론 일어를 살리고 싶어 일본 취업도 알아봤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무작정 일본으로 가봤자 ‘그나마 말이 좀 통하는 외국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IT 관련 경력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완전 초짜인 나에게 경쟁력은 없었다.
국내 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서류 지원 단계부터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조건에 막혀 시도조차 못 해보는 곳이 태반이었다. 게다가 사회에 나와보니 “전문대 == 공부도 못하고 성실하지 않았던 애들”이라는 편견이 공식처럼 퍼져있었다. 전문대는 남들보다 더 일찍 사회에 나와 취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인데, 정작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거들떠도 안본다. 생각할수록 모순이었다.
‘고작 학력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실력을 쌓아야겠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꺾이기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운 좋게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처음부터 정규직은 아니었고, 인턴으로 먼저 일한 뒤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였다. 컴퓨터를 좋아해 컴공을 전공으로 삼았고, 덕분에 첫 직장도 IT 엔지니어로 시작할 수 있었다.
입사 첫날, 여러 서류를 제출하고 인사팀과 연봉을 협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낮은 연봉이었다.
“저희 회사 초봉은 이 정도예요.
근데 이건 4년제 기준이고, 전문대 출신은 학력 때문에 이만큼밖에 못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인턴 기간이 끝나갈 무렵, 팀장님과 면담이 있었다.
“일은 할 만해요?”
“네, 이제 적응도 좀 되고 아직까진 크게 어려운건 없었습니다.”
“그럼 정규직 전환 될 것 같아요?”
'??? 여기서 떨어지는건가...???' 싶었찌만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저 정도면 붙지 않을까요?ㅎㅎㅎ”
팀장님도 허허 웃으며 정규직 전환을 축하해주셨고 곧이어 조언을 건네셨다.
“앞으로 사회생활 하다 보면 오직 학력 때문에 못 하는 일이 생겨요.
학점은행제도 괜찮으니까 학사 학위는 꼭 갖고 있어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졌다. 신입이 되기도 전에 이미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으니 앞으로의 연봉이나 진급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터였다. 그래서 회사생활과 동시에 학점은행제를 병행하기 시작했고, 몇 달 뒤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듬해, 팀장님은 회사를 떠났다.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던 분이기에 퇴사 소식은 꽤나 아쉬웠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팀장님 이후 팀을 이끌 부장급 인력이 없어 팀 자체가 해체될 거라는 것.
그렇게 첫 직장생활은 짧게 마무리되었고, 백수가 되었다.
이제 워홀 갈 타이밍이 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