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꿈꾸던 일본, 10년 만에 현실이 되다.

by 구하늘

이직한 직장에서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IT 업계 특유의 빠른 템포가 느껴졌고, ‘아, 다시 회사에 돌아왔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쯤 되었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에서 한 번 일해보는 거, 생각 있어요?”


회사와 협력 중이던 일본 측 파트너가 기술 지원을 요청해온 것이다. 회사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도 많았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분도 계셨지만, 조건 중 하나가 ‘가능하면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한 인력’이었다. 그래서 이 기회가 내게로 왔다.


막연히 일본 생활을 꿈꾸며 일본어를 공부해온 지도 어느덧 10년. 그동안 본업에서도 여러 업무를 가리지 않고 경험을 쌓아온 덕분에, 두 개의 평행선 같던 커리어와 일본어가 드디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일본 생활이 시작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0월, 캐리어를 끌며 도쿄에 도착했다. 가을 바람은 생각보다 쌀쌀해서 얇은 외투 속으로 몸을 움츠리며 미리 계약해둔 집으로 향했다. 낯선 거리의 풍경이 유난히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집은 아키하바라에 있었다. 회사는 오테마치. 걸어서 20분, 지하철로는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출퇴근이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정한 곳이었다. 아키하바라는 흔히 ‘오타쿠의 성지’로 알려져 있지만, 북적이는 관광지를 등지고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 보니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졌다. 생각보다 차분하고, 의외로 살기 괜찮은 곳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복도가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부엌, 왼쪽으로는 욕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원룸이지만 1인용 소파, 침대, TV, 책상까지 갖춰져 있어 혼자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뭔가 허전한 게 있었다. 바로 인터넷이었다.


다행히 바로 앞에 전자 상가가 있어 설치 상담을 받으러 갔다. 일본에서는 인터넷 설치 전, 미리 주소를 알려줘야 했다. 건물마다 이용 가능한 회선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 공사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설치까지 약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한 달이면 빠른 편이라는 말에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결국 바로 개통이 가능한 ‘모바일 와이파이’를 선택했다. 포켓 와이파이처럼 들고 다니는 형태인데, 손안에 쏙 들어오는 그 작은 기기에서 이상하리만큼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 낯선 도시, 낯선 집에서 익숙한 네트워크 공간에 연결된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첫 출근을 앞둔 전날 밤, 설렘과 긴장이 뒤섞여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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